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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청년 사장님 - 내가 직접 ‘평생 일자리’만든다 

청년층 실업률 9%로 사상 최악 … 中 적극적 창업 지원책 눈여겨볼 만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고 해서 ‘3포 세대’로 불리는 이 시대의 청춘들. 불행의 씨앗은 취업난으로 지목된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해야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할 것 아닌가. 그렇다고 포기하긴 아직 이르다. 포기 대신 도전을 선택한 청년 사장님들을 만났다. 20대 후반~30대 초반인 이들에게 특별한 재능이나 부모의 자금 지원은 없었다. 심지어 잘 나가는 회사를 박차고 나와 창업한 사람도 있다. 이들의 공통분모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보면 결국 ‘평생 직장’은 없다는 게 이들이 내린 결론이다. ‘평생 직업’을 찾으려는 청춘들의 창업 도전기를 들어봤다.

지난해 청년층 실업률이 9%를 기록했다. 1999년 통계 기준 변경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카드대란의 여파가 미친 2004년(8.3%)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악화됐던 2009년 (8.1%) 때보다 높았다. 특히 청년 남성의 실업률은 10.5%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10%대를 돌파했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15~29세 청년층 남성 10명 중 1명은 취업준비생 또는 백수 신세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고용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청년층 고용시장엔 좀처럼 훈풍이 불지 않는다.

어려운 취업, 더 어려운 양질의 일자리 찾기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한 이들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취업자 가운데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은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한 389만5000명의 청년 중 19.5%인 76만1000명이 1년 이하 계약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중은 2008년 11.2%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1년 20.2%를 기록한 뒤 4년째 20%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정규직 일자리 중 상당수가 단기 계약직으로 대체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그 직격탄을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맞고 있다. 취업도 어렵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건 그보다 더 어렵다.

사정이 이렇자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자’는 패기로 창업을 결심한 청년들도 늘었다. 지난해 신설법인 중 3493곳이 30대 미만이 창업한 곳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을 시작한 청년도 2013년 4만8000명에서 2014년 6만4000명으로 증가했다. 청년 창업이 강세를 보이는 정보기술(IT) 업종뿐 아니라 서비스업·요식업·운송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30대 ‘젊은 사장님’을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다. 물려받을 회사도, 두둑한 여유자금도, 남다른 능력도 없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젊음을 내세워 ‘내 사업’에 뛰어든다. 다만, 창업이 선택이 아닌 취업의 대안으로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는 여전하다. 양동우 호서대 벤처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4년재 대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상경계열 대학생의 44.1%가 창업의 이유로 ‘취업이 어려워서’라고 답했다.

최근 발표된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보고서(GEM)에 따르면 중국이 54개 회원국 중 창업자 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의 주를 이루는 연령대는 18~24세로 대부분 대학생이다. 중국이 청년 창업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배경에는 심각한 취업난도 자리했다. 2013년 중국 내 대학 졸업자는 699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기업 채용 규모는 오히려 전년 보다 평균 15%가 줄어 취업난이 가중됐다. 그러나 취업난이 창업률을 끌어올린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창업 지원에 돈 쏟아붓지만…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전국 대학교 졸업생 취업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생 창업 환경 개선에 나섰다. 지역별로 최소 10만 위안(약 1750만원)에서 최대 100만 위안(약 1억7470만원)까지 창업 자금을 지원해 숨통을 트이게 하고, 업종에 따라 자금이나 인원 수 등 까다로운 창업 조건을 완화했다. 특히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IT 클러스터 ‘중관춘’의 성공은 청년 창업자의 희망이 됐다. 이곳에서 창업해 성공을 거둔 2000개 기업이 다시 후배 창업자들에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중국과 달리 우리 청년들의 도전을 돕는 창업 지원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매년 수많은 창업 공모대회가 열리고, 참여하는 이들도 넘쳐나지만 실제로 창업 자체가 목표인 사람은 극소수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에게는 창업 공모전 역시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에 불과하다. 창업 공모대회에서 수차례 입상한 경험이 있는 한 대학생은 “주변 친구들 대부분 프리젠테이션 경험이나 수상경력을 쓰기 위해 공모전에 참여한다”며 “굳이 리스크가 큰 창업을 택하느니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하는 걸 택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창업은 직장에서 나온 40~50대가 주로 하는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청년 창업 지원책이 일부 IT 벤처기업에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정부는 1월 15일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해 창업 단계별 지원책에 18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현재 21곳인 창업선도대학을 28개로 늘려 청년 창업 수요 증가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창업인턴제도를 본격적으로 운영해 대학생과 벤처기업이 순환 구조를 이루도록 돕는다. 특히 정부지원금으로 일단 시작하고 보는 ‘묻지마 창업’이나 생계형 창업 대신 생존율이 높고, 부가가치 효과가 높은 기술창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고급 기술창업자 5000명을 양성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최하위인 기회형 창업 비중(21%)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정부가 창업에 돈을 푸는 일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매년 예산은 증가하는데 결과는 시원찮다. 실제로 본지가 만난 청년 창업가 가운데 정부 지원금이 창업에 도움이 됐다고 말한 사람은 드물었다. ‘보여주기식’ 정책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청춘들의 진짜 창업 도전기를 살펴보고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

1272호 (201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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