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범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가운데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긍정적인 의원이 69.2%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위 위원 70%,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긍정적'
한국경제신문이 19일 정개특위 위원 20명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한 13명 중 9명이 ‘전적으로 동의’(4명)하거나 ‘취지에 공감하되 보완이 필요하다’(5명)고 답변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란 말 그대로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공천하는 제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국회에 제안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에 따르면 전국을 6개 권역(서울, 인천·경기·강원,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북·전남·제주, 대전·세종·충북·충남)으로 나눠 인구 비례로 총 의석(지역구+비례대표)을 배분하도록 했다.

이 제도의 핵심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총 의석수 배분이 비교적 정확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현재 지역구 투표와 따로 시행되는 정당 투표는 총 300석 가운데 54석에 불과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데만 사용돼 왔다.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개표 후 권역별로 정당 득표율을 산출한다. 이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총 의석수를 확정한다.

여기서 지역구 당선인 숫자를 제외한 나머지가 비례대표 의석수가 된다. 비례대표 당선인은 사전에 정당이 제출한 명부 순위에 따라 결정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장점은 사표(死票)가 줄어들고 군소 정당도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져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바로 이 때문에 지역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는 양대 정당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할 것이므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아울러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려면 지금보다 비례대표 의석이 크게 늘어야 하는데, 개혁의 칼자루를 쥔 현 지역구 의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경기 성남 수정)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우리 정치의 가장 큰 폐단인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길”이라며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새누리당은 유·불리를 놓고 주판알을 튕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당 입장에서 야권 군소 정당의 난립으로 표가 분산되는 긍정적인 효과와 영남 등 유리한 지역에서 ‘싹쓸이’를 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은 “인구 비례로 의석수를 나누게 되면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농어촌 지역 출신을 비례대표로 공천할 경우 전문가를 모신다는 현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명연 새누리당 의원(경기 안산 단원갑)도 “현실적으로 선거 때마다 임박해 공천 작업이 이뤄지는데 권역별로 비례대표 후보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