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통신요금 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통신요금을 새로 내놓을 때 반드시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시내전화는 KT가, 이동전화는 SK텔레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돼 있다.
통신요금 인가제를 두고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은 이동전화 분야다. 23년전,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약탈적 요금으로 후발사업자의 시장진입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후발사업자인 KT(옛 KTF)와 LG유플러스(옛 LG텔레콤)는 현재 각각 30%, 2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동전화 가입자가 우리나라 인구의 108%를 상회하면서 '요금인가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요금제'를 통해 경쟁해야 할 이통3사가 '보조금 경쟁'을 벌이는 것도 따지고보면 요금인가제가 요금경쟁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SK텔레콤의 요금을 쥐락펴락하면서 후발사업자의 편의를 봐주는 셈이다. 후발사업자는 SK텔레콤이 새 요금제를 내놓으면 그에 맞춰서 엇비슷하거나 살짝 낮은 요금으로 대처하는 식이 반복되고 있으니, 요금경쟁이 제대로 일어날리 만무하다.
전세계 237개국 가운데 정부가 이동전화 소매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정부가 소매시장에 개입했던 나라들도 시장경쟁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면서 사전규제를 사후규제로 전환시켰다. 영국의 경우 2006년 통신시장 요금규제를 전면 폐지했고, 일본도 2004년 이후 유선전화만 가격상한제를 두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통신시장 규제개혁 사항으로 요금규제 폐지를 권고했고, 2007년에 규제개혁보고서를 통해 요금규제 폐지 권고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2007년부터 '요금인가제'를 비롯한 통신요금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을 검토하던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책과제로 '통신요금규제 개선'을 내걸었다. 지난 12일 '통신요금규제 개선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여전히 '요금인가제'를 놓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시장포화로 경쟁사의 가입자를 뺏지 않으면 가입자 늘리기가 거의 불가능해진 현재 이동통신 시장은 단말기 보조금 경쟁으로 얼룩질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에서 오는 10월부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시행되면, 보조금 경쟁은 점점 더 음성화되면서 이용자 차별행위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 마치 불법의약품 거래처럼.
이런 시장폐단을 막으려면 요금인가제를 폐지시켜 '요금경쟁'의 물꼬를 틔워줘야 한다. 혁신적인 요금제와 서비스로 이통3사가 맞붙어야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이득이 돌아갈 뿐 아니라 통신시장의 경쟁방식도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롱텀에볼루션(LTE)보다 3배 빠른 광대역 LTE-A 시대가 활짝 열렸다. 현 시점에서 LTE-A 서비스를 놓고 이통사끼리 경쟁하는 국가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세계 제일의 통신인프라 경쟁력을 갖춘 나라답게, 시장경쟁 방식도 구습에서 벗어나 세계 제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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