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연기론에 한숨 돌린 미국 증시…이번엔 기업 실적둔화 '공포'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공포가 사라진 반면 미국 기업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고용 등 경제지표 부진으로 연내 금리 인상은 희박하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면서 금융시장은 안정되고 있지만 실물경기의 또 다른 바로미터인 기업의 3분기 실적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P500기업 3분기 실적 ‘빨간 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기관 팩트셋의 조사를 인용, 3분기 S&P500 대기업의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4%, 순이익은 5.1% 감소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부진한 실적을 보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WSJ는 유가 하락과 달러화 강세, 중국 경기 둔화 등 글로벌 수요 부진이 미국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을 것으로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과 외신이 집계한 자료에서도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9%와 4.2% 감소했을 것으로 조사됐다.

WSJ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구조조정 등 비용 축소에 나서고 제로금리로 차입비용이 감소하면서 매출이 정체되는 상황에서도 이익률은 증가했지만 이 같은 ‘이익 짜내기’가 한계에 부딪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2분기 S&P500 기업의 달러당 순이익률이 10.5%로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3분기에는 10.1%로 떨어졌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국제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기업 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급감하면서 S&P500 기업의 실적 악화를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 경제가 극도의 침체를 보인 데다 달러화 강세 여파로 미국의 9월 수출이 최근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무역적자도 5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하는 등 미국 기업 성장세도 한계에 직면한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주가, 금리 인상 대신 실적에 발목 잡히나

기업 주가도 금리 인상 우려보다는 실적 악화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는 올해 뉴욕증시 S&P500지수가 2100으로 마감하면서 연간 상승률이 2%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동안 금리 인상 우려가 증시의 발목을 잡았지만 기업의 수익구조 악화와 성장세 둔화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WSJ는 S&P500 기업의 과거 1년간 주당이익 대비 주가 수준은 17.9배로, 과거 10년 평균치인 15.7배보다 높다며 주당 순이익률이 하락하면 주가는 더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번주 은행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3분기 어닝시즌이 가뜩이나 세계 경제 성장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투자 분위기를 더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스탠리 피셔 Fed 부의장도 최근 페루 리마에서 끝난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미국 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세계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과 저유가로 인한 투자 감소, 일자리 증가 둔화 등으로 향후 전망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