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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가 25일 통합에 전격 합의했다.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 등 양측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왼쪽부터 안철수 의원,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천정배 의원, 윤여준 공동창당준비위원장, 김한길 의원.
▲ 국민의당-국민회의 통합 전격 합의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가 25일 통합에 전격 합의했다.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 등 양측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왼쪽부터 안철수 의원,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 천정배 의원, 윤여준 공동창당준비위원장, 김한길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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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와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이 25일 통합을 선언했다. 2월 2일 창당대회로 통합이 완료되는 국민의당은 안철수 의원의 대선캠프 및 1차 창당 세력과 김한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탈당 세력, 그리고 천 의원의 국민회의 세력이 공존하게 됐다.

[천정배] 더민주로 갈듯하다 국민의당

당초 천 의원은 더민주와 통합 쪽으로 기울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는 자신이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한 더민주의 호남 의원들이 국민의당에 합류한 것에 "곤혹스럽다"라고 말했다. 또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더민주의 인재영입과 문재인 대표의 사퇴 등에는 긍정적인 모습을 내비쳤다. 천 의원은 실제로 여러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더민주와 통합에 무게를 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천 의원의 저울이 국민의당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은 더민주가 사실상 '김종인 선대위 체제'로 들어가면서다. 김 위원장은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체제를 거부했고, 야권 통합에도 "쉽지 않다"라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문 대표가 19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국민회의와 통합을 공개적으로 제안했지만, 김 위원장은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어 발표한 선대위 명단에 최재성 의원 등 문 대표의 측근 인사들이 포함되기도 했다.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가 25일 통합에 전격 합의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천정배 의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가 25일 통합에 전격 합의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천정배 의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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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천 의원은 이날 통합선언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야권의 세력교체를 통해 국민에게 정권교체의 희망을 드려야 한다는 신념을 피력해왔다"라며 "지금의 야당을 지배해 왔던 패권주의가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근의 상황에서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봤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은 새로 만들어지는 정당으로 국민의 여망에 맞는 개혁적 가치와 비전을 담고,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천 의원 측 관계자는 "더민주의 문이 꽁꽁 닫혔다, 김종인 선대위 이후 특히 그렇다"라며 "선대위원 면모를 보면 친노일색이고, 성공하지 못한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을 인재영입 위원장에 앉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천 의원이 더민주에 (통합) 가능성을 두고 타진하는 와중에 벌어진 이 같은 상황은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새 총리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철수 의원 쪽은 (천 의원에) 모든 걸 양보하기로 했다"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결국 천 의원은 더민주 보다는 국민의당에서 '호남정치복원', '뉴DJ 발굴' 등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걸로 보인다. 즉 김종인 '원톱' 상태인 더민주와 통합했을 경우 자신의 입지가 불안정한 반면, 국민의당과는 '당 대 당' 통합의 모양새로 안철수 의원 등과 대등한 위치에서 총선을 지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통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 '뉴DJ'라고 표현해 온 인물들을 공천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합의했다"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김한길-천정배에 둘러싸이다

안 의원은 천 의원의 합류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하락세인 호남 지지율을 반등시킬 계기를 만드는 실리를 얻었다. 그러나 안 의원은 그동안 "원내교섭단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집권세력으로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라며 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또 지지율 역시 국민회의의 호남·전국 지지율이 미미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일시적인 컨벤션효과 정도일 뿐 큰 실리를 얻었다고 하긴 힘들다.

반면 안 의원은 많은 것을 내어주게 됐다. 무엇보다 총선 주도권을 두고 천 의원과 당내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호남은 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지지기반이다. 전남 목포 출신의 천 의원은 5선 의원으로 과거 정풍운동으로 당 혁신을 이끌었고,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냈다. 그동안 더민주를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한 다른 현역의원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총선을 앞두고 당권과 공천권을 다툴 최고의 경쟁자가 들어 온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가 25일 통합에 전격 합의했다.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힌 뒤 악수하고 있다.
▲ 손 잡은 안철수-천정배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가 25일 통합에 전격 합의했다.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힌 뒤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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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최근 안 의원은 리더십에 약점을 보여왔다. 더민주를 탈당한 의원들과 안 의원 측근 인사들의 갈등 징후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김관영 의원의 경우, 영입대상자의 "한상진 꺾고, 안철수계 조용히 있으라"라는 문자가 언론에 포착돼 논란이 됐다. 또 인천시당위원장을 놓고 문병호 의원 등이 얽힌 계파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안 의원이 사당화 논란을 피하려다 오히려 당을 혼란에 빠트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상진 위원장이 이날 기조회의에서 "국민의당은 (새누리, 더민주) 양당의 전횡에 맞서 제3의 당을 요구하는 국민 대중과 함께 흔들림 없는 당의 중심, 리더십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한 것도 안 의원의 리더십 확보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중심이 확립되면 책임소재도 분명해진다. 민주정당의 핵심은 책임윤리에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당의 CEO는 결정 권한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하고, 책임지려는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천 의원 합류는 또 다른 갈등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호남에서 기존 현역의원과 안 의원 측 인사, 천 의원 측 인사가 각축을 벌여야 한다. 당장 천 의원이 "뉴DJ 공천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사실상 기존 현역 의원에게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이런 과정에서 '공천 잡음'이 발생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기존 정치와 차별성을 강조하며 '새정치'를 주창해 온 안 의원이다. 

[김한길]또 한번 통합의 마술

이번 통합은 김한길 의원의 작품이다. 통합 발표 전날 안 의원까지 포함에 3자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든 통합 작업은 김 의원 손에 의해 이뤄졌다. 이날 통합 발표 기자회견도 최초에는 김 의원 단독 발표로로 공지됐다. 회견 40분 전 '김한길 의원실' 명의로 '정국현안 관련 기자회견'이 공지됐고, 이후 20분 가량이 지난 후에야 안 의원과 공동선대위원장들이 참석한다는 공지가 국민의당 명의로 다시 이뤄졌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기조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천 의원을 만났고, 구체적인 통합 발표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원식 국민의당 대변인에 따르면 안 의원은 오전 10시 15분, 기자회견을 불과 15분 남겨놓고 발표문을 접했다. 그리고 문구 수정 없이 발표가 이뤄졌다. 안 의원과 윤여준, 한상진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10시부터 예정돼 있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마포 당사에 머물다 급하게 자리를 옮겨 국회 회견장에 참석했다.

김 의원은 이번 통합으로 국민의당에 반전 카드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야권의 주도권 경쟁에서 계속 밀리기만 하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는 것이다. 참신한 인재영입으로 주도권을 쥔 더민주가 천 의원마저 통합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 더민주로 균형추가 완전히 기울 수도 있었다.

이번 통합을 계기로 김 의원의 위상과 역할도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국민의당 안에 존재하는 세 가지 세력 모두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치다. 김 의원은 안 의원이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부터 인연을 맺었고, 당 대 당 통합을 이뤄냈던 이력이 있다.

또 더민주를 탈당한 의원들 가운데도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상당수다. 여기에 더민주와 경쟁 끝에 천 의원을 통합으로 이끈 것까지 더해져 당 내에 김 의원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태그:#국민의당, #천정배, #안철수, #김한길,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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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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