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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 아바우드 난민따라 잠입했나…버려진 휴대전화에 덜미

송고시간2015-11-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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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혐의로 수배된 상태에서 유럽-시리아 수차례 오가프랑스 당국 "그리스 거쳤다는 첩보 들어와"…EU 국경통제 '구멍'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파리 연쇄 테러의 총책으로 지목된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8)가 어떻게 프랑스로 잠입해 테러를 지휘했는지를 놓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서방 정보당국의 주요 감시대상에 포함될 정도의 '요주의 위험인물'이 유럽 한복판에 들어왔는데도 범행 전까지 아무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해서다.

특히 다른 테러 혐의로 수배 중인 상태에서도 난민 유입 경로를 이용해 프랑스로 들어온 것이란 추정에 힘이 실리면서 유럽연합(EU)의 국경통제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리 테러> 아바우드 난민따라 잠입했나…버려진 휴대전화에 덜미 - 2

19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모로코계 벨기에인인 아바우드는 벨기에에서는 '이슬람국가'(IS)와 관련된 테러 혐의로 이미 지난해부터 수배 명단에 올라 있었다.

지난해 초 시리아로 건너가 IS에 합류한 그는 시신 여러 구를 차량에 매달아 끌고 다니는 IS 영상에 등장해 벨기에 등 유럽 정보 당국이 주시해왔다.

올해 1월에는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직후 벨기에에서 테러를 계획하다 적발돼 시리아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 법원은 지난 7월 결석재판으로 아바우드에게 IS 조직원 모집 혐의 등으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프랑스 당국은 위험인물인 아바우드가 국내로 들어온 사실을 지난 13일 파리 테러가 발생하고 난 뒤에야 인지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아바우드 사망을 발표하면서 "테러 이전에는 아바우드가 유럽에 있는지 몰랐으며 다른 유럽 국가로부터도 그가 프랑스로 왔다는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즈뇌브 장관은 또 "테러 3일 뒤인 16일 EU 회원이 아닌 국가의 정보기관으로부터 아바우드가 최근 그리스에 머물렀다는 첩보를 전달받았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당국의 발표와 아바우드의 행적에 관한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그는 지난해 이후 시리아와 유럽을 최소 두 차례 오갔는데도 프랑스를 비롯한 EU 국가는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국외정보기관인 대외안보총국(DGSE) 고위 관계자는 "이런 (테러범죄) 이력을 가진 인물이 솅겐조약(유럽 내 회원국 간 국경개방 조약) 가입 국가로 들어왔다면 어디든 위험신호가 나타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아바우드가 프랑스 입국 전 그리스에서 머무른 적이 있다는 정보에 따라 그가 시리아·이라크에서 온 난민들 틈에 섞여서 유럽으로 잠입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신빙성을 얻고 있다.

이는 급격히 늘어난 유럽행 난민들 속에 테러리스트가 섞였을 수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충격을 준다. 아바우드뿐만 아니라 지난 13일 파리 테러 때 축구장에서 테러를 기도한 뒤 자폭한 용의자 옆에 위조된 시리아 여권이 발견돼 이런 염려를 증폭시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 EU 공동경찰기구인 유로폴은 '지하드'(성전)를 목적으로 유럽에서 시리아나 이라크로 떠난 극단주의자 5천명 가운데 EU 국가 정보기관들이 공유하는 데이터베이스 올라 있는 인물이 2천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범죄자, 테러 용의자 등 감시대상 명단을 담은 '솅겐정보시스템'(SIS)에 따라 신원조사를 받는 경우가 EU 여권 소지자 중 1.5∼17% 정도이며 외국인의 경우 유럽에서 유죄를 선고받아도 EU 범죄이력정보 네트워크에 오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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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단속망에 구멍에 뚫렸음에도 아바우드를 추적할 수 있었던 것은 테러 현장에서 발견된 테러범들의 휴대전화기 덕분이었다.

프랑스 당국은 이번 테러에서 최다 희생자가 나온 바타클랑 극장 밖에 버려진 휴대전화에서 테러범 관련 단서를 입수해 18일 생드니 검거작전에 나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프랑스 경찰 관계자는 이 휴대전화에 테러범들이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문자메시지와 아바우드의 사촌으로 검거작전 도중 자폭한 아스나 아이트불라센(여·26)의 연락처가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벨기에 정부는 아바우드가 벨기에와 프랑스 등지에서 조직원을 모집하던 '몸통' 같은 존재였다면서 그가 사살된 것이 이 지역 내 IS 관련 수사에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쾬 헤인스 벨기에 법무장관은 아바우드를 거미줄 같은 조직망을 중심에서 총괄하는 '거미'에 비유하면서 "이번 작전으로 '거미줄 속의 거미'가 죽어서 위험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데일리메일은 테러 다음 날인 지난 14일 아바우드로 보이는 인물이 생드니의 아파트에서 위스키를 마시고 대마초를 피우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이웃 주민의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보도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슬람교에서는 음주를 엄격히 금하고 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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