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광화문 부실 복원 공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신응수 대목장(72)이 문화재청이 공급한 금강송 4본을 공사에 쓰지 않고 빼돌린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신 대목장을 소환조사한 결과 이 같은 혐의를 확인했으며 법리검토를 거쳐 다음 주중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신 대목장은 전날 오전 10시부터 이날 새벽까지 15시간 가량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문화재청은 2009년 광화문 복원 공사 당시 목재를 강원 삼척시 준경묘와 양양군 법수치 계곡에서 채취해 공급했다. 경찰은 이 목재들이 기둥 등에 쓰이는 용도로 손질을 하기 위해 경복궁 내 치목장에 보내졌다가 신 대목장의 목재소로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하고, 이 중 12본을 확보해 조사해왔다. 그 결과 4본이 문화재청이 공급한 것임을 확인한 것이다. 또 경찰은 숭례문 공사 당시에도 안면도 등지에서 제공된 기증목재들을 신 대목장이 빼돌린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 기증목을 보고하지 않은 채 임의로 처분한 것은 횡령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대목장은 경찰 조사에서 공급 받은 금강송 일부를 쓰지 않은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공사 당시 작업 과정에서 문화재청으로부터 납품받은 금강송의 상태가 좋지 않아 상태가 더 좋은 별도의 목재를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자재를 대체한 것을 문화재청에 보고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했을 뿐 빼돌린 것은 아니다”며 “목재를 빼돌려 이득을 취한 것도 아니라 횡령이라고 볼 수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