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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내전 방불' 유혈사태…20여명 사망(종합)

(서울=뉴스1) 이지예 기자 | 2014-02-19 02:03 송고 | 2014-02-19 09:47 최종수정
© AFP=News1


돌파구를 찾는 듯 보이던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사태가 18일(현지시간) 또 다시 격화하면서 내전을 방불케 하는 최악의 유혈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수도 키예프에서는 19일 자정이 지나도록 경찰과 시위대의 격렬한 충돌이 지속돼 현재까지 경찰관 7명을 포함해 21명 이상이 총격, 교통사고 등으로 숨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내무부는 경찰 측에서 사망자 외에도 160명이 다쳤으며 이들 가운데 35명이 중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시위대도 이날 충돌로 150명 이상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반정부 시위가 3개월 전 시작된 이래 하루만에 대규모 사상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요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야권 대표가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면담했지만 서로의 이견만 확인하고 파행된 것으로 알려져 사태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 대사관은 교민들에게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시위현장 주변 출입을 자제하는 등 신변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 경찰 최루탄에 시위대는 화염병, 사제폭약으로 맞서

이날 충돌은 반정부 시위의 거점에서 독립광장에서 농성하던 시위대 2만여 명이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권한 축소를 요구하며 의회로 행진을 시작하면서 촉발됐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독립광장 등 키예프 시내에서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시위대는 화염병과 돌멩이, 폭약 등을 던지며 경찰의 진압에 맞섰다.

이 과정에서 강한 폭발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경찰과 시위대 중 어느쪽의 소행인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일부 시위대는 타이어와 나무를 쌓아놓고 불을 지르기도 했다.

경찰은 소요사태가 키예프 외곽과 서부 지방까지 번졌다며 여러 지역에서 시위대가 경찰서와 정부건물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독립광장 주변에 바리게이트를 설치하고 벽돌 등을 선봉대에 전달했다. 경찰이 탈환한 광장 일부는 상황이 진정됐지만 광장 중심부에서는 시위대의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

앞서 정부가 시위과정에서 체포된 야권인사를 석방하면서 키예프 시청 점거를 해제한 시위대는 이날 시청과 집권 지역당 당사 일대를 다시 봉쇄했다.

시위대는 서부 이바노프랑크와 리보프 지역에서도 정부청사를 습격해 점거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현지 극우세력들은 경찰로부터 독립광장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고 거리로 나서야 한다고 지지자들을 부추겨 긴장을 더하고 있다.


◇ 경찰 '저녁 6시 최후통첩'…야권-대통령 면담 파행

경찰은 '대태러 작전'에 돌입하겠다고 포고하고 이날 오후 6시까지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추가 조치로 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선포했다.

빅토르 프숀카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이번 폭력사태의 배후에 있는 이들을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당국은 사태가 악화함에 따라 키예프 시내에서 지하철 운행을 중단하고 이날 자정부터 교통통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주민들에게 시청 인근에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야권의 비탈리 클리치코 우크라이나 민주동맹(UDAR) 대표는 "우리는 어디에도 가지 않을 것"이라며 해산을 거부했다. 그는 "이곳은 자유의 섬"이라며 "정부는 자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개시했다. 책임있는 민주국가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힐난했다.

클리치코는 이후 대통령 관저를 찾아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면담했지만 사태 해결을 위한 합의를 보지 못하고 협상을 중단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시위대가 키예프 광장에서 조건없이 철수하지 않는다면 진압을 멈추지 않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만간 국민연설을 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셰니 야체뉴크 바티키프쉬나당(조국당) 대표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가 피로 뒤덮인 나라가 되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며 "경찰을 철수시키고 휴전을 선언하면 협상에 임하겠다"고 호소했다.


◇ 국제사회 우려…서방-러시아 원인 놓고 이견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 사상 최악의 유혈충돌에 국제사회도 잇단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각자의 경제 영역권으로 끌어들이려 분투해 온 서방과 러시아는 사태의 원인을 서로 다른 곳에서 찾았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정부는 최후통첩을 하기 보단 야권 고위 지도부와 대화를 즉각 재개하고 의회 등 민주적 기구를 통한 대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번 유혈사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시위 무력진압 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캐서린 애슈튼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시민이나 정부건물에 대한 모든 폭력사용을 규탄한다"며 "정치 지도자들은 이제 그들의 공유된 책임을 통해 신뢰를 재건하고 효과적인 정치위기 해법을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이번 폭력사태와 관련해 EU가 책임자들에 대해 제제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도, 스테판 퓔레 EU 확대담당 집행위원 등도 이번 사태를 강력 규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사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당사자들에 자제와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러시아의 알렉세이 푸시코프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혼돈과 무법으로 권력을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푸시코프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상당한 책임은 서구와 서방 정치인들에 있다"면서 "그들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해 왔다"고 비난했다.

미국과 EU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EU와의 협력협정 체결을 종용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EU와의 협정이 아닌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권 관세동맹에 참여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야권과 시위대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럽연합(EU)와의 협력협정 체결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반발해 지난해 11월부터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는 장기화되면서 부정부패에 항의하는 정권퇴진 운동으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 2004년 우크라이나 민주화시위인 '오렌지 혁명' 이후 최대 규모다.


ezyea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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