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학자대회]세계 최고 펀드매니저 "수학과 기초과학이 미래 가치 원천"

“저와 제 동료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던 건 우리가 수학자였기 때문입니다.”

13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제임스 사이먼스 르네상스테크놀로지 명예회장은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서울세계수학자대회(ICM)에 참석해 자신의 성공 비결로 수학을 꼽았다.

사이먼스 회장은 1974년 독특한 기하학 측정법을 고안한 ‘천-사이먼스 이론’으로 유명한 수학자 출신이다. 44세 때 하버드대 교수에서 펀드매니저로 변신해 거부 반열에 올랐다.

펀드를 운용할 때도 수학적 모델링 기법을 활용한 투자 설계를 선보여 ‘수학의 위력’을 입증했다. 그가 설립한 르네상스테크놀로지는 금융 전문가보다 수학, 물리학 등 기초과학 전공자가 더 많은 것으로 유명했다.

지금은 금융가에서 모은 돈으로 활발한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기부 활동 초점이 기초과학 지원에 있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은 응용 분야에 집중돼 있지만 결국 그 뿌리는 수학과 같은 기초과학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이먼스 회장은 “기초과학이 더 많은 재정적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연방정부가 치중하는 응용 분야 역시 뿌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이해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과학은 당장 응용 분야가 없어보일지 몰라도 나중에 응용 분야가 열리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 갖는 수학자의 높은 지위도 소개했다. 사이먼스 회장은 “미국 금융시장에서 수학자들은 충분히 존경 받고 있다”며 “특히 위험 관리와 상품 구성에서 수학자들의 지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 쓰일 수 있다는 점도 수학이 갖는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구글 같은 검색엔진도 수학에 기초한다”며 “의료, 바이오 이미징, 통신 등 모든 곳에 수학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있었던 필즈상 수상자와 관련해서는 여성 수학자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했다. 사이먼스 회장은 “훌륭한 분들이 상을 받았고 특히 여성 수학자의 수상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수학이나 물리학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많아지는 만큼 앞으로 활약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올해 필즈상 수상자에는 사상 처음으로 여성 수학자인 마리암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포함돼 화제가 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