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금융불안 餘震…이번엔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상황 직면…정치적 불확실성↑
높은 인플레이션·생활수준 악화…反정부 시위 촉발
외환보유액 감소, 디폴트 우려↑…고물가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베네수엘라 국채 3년물 금리 및 CDS 5년물 스프레드 추이. 자료=국제금융센터)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그 여진(餘震)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베네수엘라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고물가와 원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외환보유액 감소로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고물가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6일 국제금융센터와 해외 투자은행(IB)에 따르면 높은 인플레이션과 생활수준 악화 등으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베네수엘라는 경제적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베네수엘라 볼리바르화의 공식환율은 지난해 2월 이후 1달러당 6.3볼리바르이지만, 암시장에서는 지난달 28일 기준 달러당 88볼리바르로 거래되고 있어 공식통화가치가 실제 가치보다 13배 이상 과대평가돼 있는 상태다.

이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해 3월 외환경매제도(SICAD) 2를 도입해 부족한 달러 수요에 대응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외환관리법을 개정해 SICAD 2·3을 시행, 2010년 이래 금지된 개인의 달러 매매를 4년여 만에 다시 허용할 방침을 세웠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로 지난해 연초 298억달러에 달했던 외환보유액은 올해 초 217억달러로 일 년 사이에 81억달러나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베네수엘라의 외환보유액은 브라질과 멕시코는 물론 콜롬비아(436억달러), 칠레(411억달러), 아르헨티나(306억달러)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특히 금(金) 보유액을 제외한 외환보유고는 55억달러에 불과하다.

국채 3년물 금리 및 CDS 5년물 스프레드도 최근 1년간 각각 147%, 130% 급상승했다.

(자료=국제금융센터)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는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고물가와 원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 구조로 인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가별 경제분석과 기업 환경지수를 제공하는 영국의 경제조사 기관인 이아이유(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는 “SICAD 2 실시에도 거래환율과 실질환율과의 편차가 여전히 커 물가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한 해 연간 56%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8.6%의 고물가가 계속되고 있다.

배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내구소비재의 해외로부터 수입이 곤란해지면서 생필품 부족난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생활수준 악화로 이어지면서 민심이 어수선해져 정정(政情) 불안으로 치닫고 있다는 해석이다.

베네수엘라의 극단적인 원유수출 의존도도 문제다. 지난 2012년 총수출액 대비 원유수출액 비중은 96% 이상을 차지해 원유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배 연구원은 “미국의 셰일혁명에 따른 유가하락이 원유 수출국인 베네수엘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외환보유액 감소로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고물가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베네수엘라의 외환보유액이 계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노무라(Nomura) 역시 “베네수엘라는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와 더불어 디폴트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군에 포함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배 연구원은 “민족이나 종교, 지역 간에 대립중인 시리아나 우크라이나와는 달리 베네수엘라는 경제문제가 위기의 초점”이라며 “실제 통화가치 대비 낮은 공식환율 및 외환보유액 감소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일경 세계파이낸스 기자 ikpark@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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