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또 인하] 4년4개월 만의 초저금리 '그때와 오늘'
기준금리 연 2.0%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시절과 같은 수준의 금리지만 당시 경제상황은 지금과 많이 다르다.

한국은행은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을 계기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연 5.25%(2008년 8월)였던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에 걸쳐 2.0%(2009년 2월)까지 내렸다. 당시 지속적인 금리 인하는 외부 충격으로 급격히 악화된 경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목적이 강했다.

2009년 2월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 문구들도 긴박한 느낌을 준다. “소비·투자 등 내수가 한층 더 위축되고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세계경제 침체 심화와 신용경색 지속 가능성으로 향후 성장의 하향 위험도 매우 크다” 등의 내용이었다. 한은은 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나 낮췄다.

반면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중장기적인 경기부진이라는 ‘만성질환’에 대한 처방전 성격이 짙다. 한은은 “설비투자가 여전히 부진하고 경제주체들의 심리도 부분적 회복에 그쳤다”며 “앞으로 마이너스 GDP갭(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의 차이)의 해소 시기가 종전 전망보다 다소 늦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말로 기준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차이도 있다. 2009년엔 성장률은 낮았지만 물가상승률은 높았다. 2008년 4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3.4%(당시 속보치 기준)로 크게 낮았지만, 2009년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7%로 비교적 높았다. 반면 올 2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3.5%,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였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현재 성장률 수준이 2009년에 비해 높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경제가 치고 올라갈 만한 모멘텀이 없고 물가상승 압력도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래도 2009년엔 위기 여파가 가시면 다시 성장률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경제가 잠시 안 좋은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이 오래갈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도 “현재 경기회복세는 과거의 모든 경기순환기보다 약하다”며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 모두가 초저금리로 ‘뉴 노멀’에 대응하는 시기에 한국도 그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금리 인하 효과도 미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금융위기 때는 당초 높았던 금리를 크게 내렸던 것이라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컸지만 지금은 이미 금리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추가로 낮췄을 때의 한계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