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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호 침몰 직전까지 선장 퇴선 명령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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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호 침몰 직전까지 선장 퇴선 명령 없었다

입력
2014.12.3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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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해양경비서, 중간 수사 발표

악천후 속 무리한 조업에 피항 늦어

지난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역에서 침몰해 53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501오룡호 사고는 악천후 속 무리한 조업과 위급 상황에 대한 미숙한 대응 등이 피해를 키운 전형적인 인재(人災)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룡호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부산해양경비안전서는 생존 선원 6명과 러시아 감독관을 상대로 한 조사를 마치고 30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부산해양서에 따르면 다른 선박이 악천후로 아침 일찍부터 철수해 피항에 나설 때에도 오룡호는 조업을 계속했다. 사고 당일 낮 12시쯤(현지시간) 명태 약 20톤을 잡아 실은 뒤에야 나바린으로 피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거센 파도가 선내로 수 차례 밀려오면서 바닷물이 어획물 선별공간인 피시폰드(Fish Pond)를 통해 어획물 처리실로 유입됐다.

부산해양서는 바닷물의 충격으로 피시폰드와 어획물 처리실 사이 나무 격벽이 파손되면서 바닷물과 뒤섞인 어획물이 배 밑의 고인 물을 퍼올리는 빌지 펌프(Bilge Pump) 흡입구를 막아 배수 작업마저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피시폰드 해치문에 그물이 끼면서 10㎝ 정도 틈이 생겨 바닷물이 계속 들어와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이때 어획물 처리실과 연결된 타기실까지 침수되면서 조타기가 고장 나 배가 표류하기 시작했다.

오룡호는 카롤리나77호에게 지원 받은 배수펌프로 물을 빼 선체가 일시적으로 안정을 되찾았지만 오른쪽에서 큰 파도를 맞으면서 다시 왼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오른쪽으로 기운 선체를 바로 잡으려고 연료와 어획물을 왼쪽으로 옮긴 탓이라고 부산해양서는 설명했다. 배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오물 배출구를 통해 다시 많은 양의 바닷물이 선체로 들어와 경사는 더욱 심해졌다.

러시아 감독관은 오후 3시 30분쯤 오룡호 선장에게 처음으로 퇴선을 권고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침몰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퇴선 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다. 러시아 감독관은 조사에서 “선장의 특수방수복 착의 지시와 퇴선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오후 4시쯤이 돼서야 오룡호 선장은 주변에 있던 선박들에 “처리실 수위가 더 높아지고 좌현 경사가 더 심해져 퇴선하겠다”며 구조 요청을 보냈다.

부산해양서 관계자는 "지난 9월쯤 조업 중에 파도를 맞아 파손된 오물 배출구 덮개를 수리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 배출구를 통해 해수가 유입되면서 선체 침몰이 가속화됐다”면서 “선장이 끝까지 배를 지키려고 퇴선명령을 하지 않은 것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생존 선원들은 마지막 순간 기관장에 이끌려 선장도 퇴선하는 등 선박에 남아있는 선원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부산=전혜원기자 iamjh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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