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해보험 품은 KB금융, 윤종규號 '리딩뱅크' 재도약 시동
잇따른 인수합병(M&A) 잔혹사를 뒤로하고 KB금융이 LIG손해보험 인수에 성공했다. 취임 한 달을 갓 넘어선 ‘윤종규 호’는 리딩뱅크로의 재도약에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자산 기준으로 신한금융에 이어 2위로 올라서며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는 평가다. KB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바꾸게 될 LIG손보를 통해 은행업에 치우친 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도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됐다.

◆KB금융, LIG손보와 시너지

LIG손보가 자회사로 편입되면 KB금융의 총자산(연결 기준)은 약 325조원으로 늘어난다. 하나금융(312조원)과 농협금융(313조원)을 넘어 국내 2위 금융그룹이 된다. 1위인 신한금융(335조원)을 바짝 뒤쫓을 수 있게 됐다. 관리자산(AUM)을 포함한 자산은 423조원으로 국내 1위라는 게 KB금융의 설명이다.

은행 편중도 완화된다. 그룹에서 은행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6.7%에서 80.4%로 낮아진다. 금융지주사 중 비교적 사업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신한금융의 경우 은행 비중이 약 75%다.

KB금융은 LIG손보가 기존 계열사와 다양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캐피탈은 LIG손보와 힘을 합쳐 자동차금융 복합상품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KB생명과 LIG손보는 교차 판매 등으로 판매 채널을 늘릴 방침이다.

국민은행도 LIG손보와 공동 마케팅을 펼쳐 보험가입률이 낮은 자영업자나 중·소상공인 등을 공략하기로 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LIG손보는 장기보험상품 비중이 70%를 넘는다”며 “KB금융의 기존 리테일 상품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LIG손보의 해외 영업망은 KB금융의 글로벌 진출 거점으로 활용된다. LIG손보 미국 지점이 들어옴에 따라 KB금융은 미국 중앙은행(Fed)으로부터 미국 금융지주회사 자격을 얻어야 한다.

KB금융은 자격 취득 후 LIG손보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KB손해보험으로 회사명을 바꾼다. KB금융에 올라탄 LIG손보는 손보업계 2위권 싸움에서 한 발짝 앞서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IG투자증권 등 LIG손보의 5개 자회사는 손자회사로 편입된다.

◆KB금융 ‘M&A 잔혹사’ 종지부

KB금융은 개인정보 유출, 금융당국의 중징계, 경영진 교체 등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이미지 추락에 영업도 부진해 리딩뱅크로서의 존재감도 크게 희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성사된 LIG손보 인수는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란 평가다. 특히 2006년 외환은행, 2012년 ING생명보험, 2013년 우리투자증권 등 M&A에 나섰다 하면 실패하는 징크스에서도 벗어났다.

금융위원회는 다만 최근 잇따른 법규 위반 사례의 재발방지 등을 위해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3월까지 지배구조 개선 계획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주문했다. KB금융은 앞서 지난 1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주주 대표를 포함하는 등의 개선 계획을 제출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