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강퉁 시대’… 4조달러 中 상하이 증시 빗장 열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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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7일부터 증권시장 개방 확대

“3조9000억 달러의 상하이(上海) A 증시를 국제 투자자에게 제공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7일 상하이와 홍콩 증시의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호港通)’ 시작의 의미를 이렇게 전했다. 후강퉁은 홍콩과 상하이 증시 활성화의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중국 자본시장 개방 및 위안화 국제화에도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후강퉁은 중국 내국인들이 홍콩 주식에 투자하는 ‘강구퉁’과 홍콩 및 외국인 투자자가 상하이 증시에 투자하는 ‘후구퉁’의 양방향 투자를 포괄한다. 홍콩 증시에 투자하려는 내국인은 통장 잔액이 50만 위안(약 9000만 원) 이상이어야 투자할 수 있지만 상하이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이나 기관은 제한이 없다.

투자가 개방된 상하이 증시 종목은 시가총액 상위 180개 우량기업 주식과 홍콩에 동시 상장된 주식 등 568개에 이른다. 이는 상하이종합지수 전체 시가총액의 90%를 차지해 상하이 증시를 ‘홍콩을 우회해’ 세계에 개방한 셈이다. 기존에는 개인은 외국인 전용의 B주식에만 펀드 가입 등을 통해 투자할 수 있었고 기관은 적격외국기관투자가(QFII) 및 위안화 적격해외기관투자가(RQFII) 등을 통해 일정 쿼터를 배정받아야 했다.

신화통신은 앞으로 후강퉁 대상 주식과 금액 제한을 늘리고 선전(深(수,천)) 증권거래소까지 교차 거래에 포함시키면 중국과 홍콩을 합쳐 세계 2위의 증권시장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하이 주식은 주가수익비율(PER)이 비교적 낮은 편으로 저평가된 종목이 많아 후강퉁 개통 초기에 투자가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의 여파로 후강퉁 시행이 내년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베이징(北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시행을 발표했다.

이는 상하이와 홍콩 증시 거래 활성화를 통해 중국 경제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겠다는 이유도 있지만 위안화로 결제되는 후강퉁 거래를 통해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중국은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의 증대, 역외 위안화 거래소 설립의 적극 지원과 함께 후강퉁을 위안화 국제화의 큰 계기로 보고 있다. 17일 이후 3년간은 상하이 A주를 거래하는 외국인 투자가에게 자본이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홍콩 증시에 투자하는 내국인에게도 3년간 세금을 면제해 주는 등 활성화에 나서는 것도 그 때문이다.

:: 후강퉁(8港通) ::

‘후(호)’는 상하이를, ‘강(港)’은 홍콩을 뜻한다. 두 증시의 교차 투자를 허용하는 제도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사실상 중국 자본시장의 문호를 여는 조치로 해석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증권#후강퉁#홍콩#상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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