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밸류업]<2>아이피아이테크 "폴리이미드 국산화, 우리가 해냅니다"

이태석 IPI테크 대표가 K-ICT멘토링센터 데모데이에 참가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전자신문DB
이태석 IPI테크 대표가 K-ICT멘토링센터 데모데이에 참가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 전자신문DB

“폴리이미드 소재 국산화, 아이피아이테크가 실현하겠습니다.”

고기능성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폴리이미드(Polyimide) 소재에 도전장을 낸 스타트업 기업이 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아이피아이테크(IPI테크·대표 이태석)다. 폴리이미드 소재는 내구성, 내연성, 유연성, 난연성을 갖춘 전자·화학소재다.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에 들어간다. 플렉시블(flexible) 디스플레이, 반도체 패키징 필름 등에도 두루 활용된다. 국내에도 폴리이미드 필름을 양산하는 기업은 있지만 열 융착성 폴리이미드 필름 제조 기업은 없어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다.

IPI테크는 박막 필름과 액상 형태 폴리이미드 소재를 국산화해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열 가소성 폴리이미드 액상을 폴리이미드 필름에 정밀 코팅하는 공정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이 기술로 폴리이미드 필름 위에 동박(copper foil)을 열과 압력을 가해 붙인다. 스마트기기에 들어가는 연성회로기판 핵심 소재다.

이태석 IPI테크 대표는 “폴리이미드 필름 양면에 동박을 붙이기 위한 접착 소재와 정밀 코팅기술이 핵심”이라며 “일본산 열가소성 폴리이미드 `바니시(Varnish)`를 대체하고 중국, 대만 등지에 수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 대표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수년간 준비 끝에 사업 노하우와 기술력을 갖추고 시장에 진입했다. 이 대표를 포함해 호영 부사장과 이계웅 부장까지 모두 박사 출신 핵심 연구 인력이다. 같은 연구소에서 일하다 의기투합해 창업했다.

이 대표는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연구교수를 거쳐 국내 대기업 연구소 수석 연구원을 지냈다. 2010년 미국에서 LED소재와 소자를 개발하는 벤처 창립멤버로 일했다. 박호영 부사장은 대기업 연구소를 거쳤고 박막전지를 개발하는 벤처를 설립해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이계웅 부장도 책임 연구원 출신으로 힘을 보탰다.

이 대표는 “독자적인 공정방식을 개발해 경쟁기업과 특허 분쟁을 피했다”며 “해외 경쟁기업은 3층 공압출(three layer co-extrusion) 방식을 택했지만 우리는 동시 양면코팅 방식으로 열 가소성 폴리이미드(TPI) 바니시를 주문에 맞게 정밀 코팅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해외 기업은 수백억원대 값비싼 생산설비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수십억원이면 생산설비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IPI테크는 올해 2월부터 수익창출을 위해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기업과 납품계약을 맺고 고온 공정에 필요한 반도체 패키징용 폴리이미드 필름을 공급한다. 올해 말에는 폴리이미드 바니시 중합기 및 코팅 양산라인을 구축한다. 코팅액과 코팅 필름을 대량생산하기 위해서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각광받으면서 시장 전망도 밝다. 이 대표가 기대하는 것도 신기술 개발로 인한 새로운 시장의 수요다. 그는 “앞으로 반으로 접을 수 있는 폴더블(foldable) 스마트폰,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 수 있는 롤러블(rollable)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가 나온다”며 “플렉시블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전자업계, 차량 경량화를 목표로 하는 자동차업계에서도 폴리이미드 소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조용국 노스마운틴 대표 / K-ICT멘토링센터 제공
조용국 노스마운틴 대표 / K-ICT멘토링센터 제공

조용국 노스마운틴 대표

IPI테크는 소규모 실험생산부터 테스트 생산, 대규모 생산 기업공개(IPO), 해외진출까지 단계별 기업 목표설정이 잘 준비돼있다. 첫 단계부터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자로서 투자받을 기업이 처음부터 수백억 투자를 요구하면 난처하다. IPI테크는 `우리가 이만큼 해낼 수 있으니 이 정도로 도와 달라`는 구체성과 단계성을 보였다.

IPI테크는 준비된 팀이다. 실행 가능성, 사업성, 지속 가능성, 팀워크 모두 훌륭하다. 대기업 계열사에서 팀워크를 맞춰왔고 창업 전부터 핵심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시장 흐름과 향후 발전 가능성을 잘 잡았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수요를 포착했고 이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

보완할 점으로는 자금계획이다. 대규모 생산설비를 구비하기 위한 펀딩 때문에 주식을 싼 값에 매각하면 나중에 돈이 들어갈 때 팔 주식이 없다. 먼 미래를 보는 재무계획이 필요하다. 또한 완성도를 너무 높이려다가 시장진입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