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의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는 당연한 조치

정부는 12일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공사 지연에 따라 강정마을 주민·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34억여원의 구상권 청구소송을 철회했다.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구상권 청구소송을 철회하는 내용의 법원 조정안을 받아들일지 논의하고, 이를 수용했다. 정부는 ‘입장자료’를 통해 “갈등 치유와 국민통합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연하고 환영할 만한 조치다.

2007년 4월 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된 이래 강정마을 문제는 무리한 국책사업이 빚은 대표적인 사회 갈등 사안으로 손꼽혔다. 마을은 반으로 쪼개지고, 반대하는 주민들은 범법자로 내몰렸다. 그동안 주민 등 700여명이 연행되고, 480여명이 사법처리됐다. 지금까지 낸 벌금만도 4억여원에 이른다. 2016년 2월 해군기지가 완공된 다음달 해군은 강정마을 주민 등 개인과 단체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구상권) 청구소송까지 내 이들의 고통을 배가시켰다. 이제껏 국책사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국가가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전례는 없었다. 정부가 하는 일에 함부로 반대하지 못하도록 본때를 보이기 위한 소송이란 비판이 뒤따랐다.

정부의 구상권 철회에 대해 일부 보수층은 불법시위에 면죄부를 줬다고 반발하는 모양이다. 제주 강정마을엔 기지 완공 이후 해군과 그 가족 수천명이 생활하고 있다. 내년 2월 크루즈터미널이 완공되면 민군 복합항으로 본격 운영이 시작된다. 해군과 현지 주민들은 이 지역에서 앞으로 수십년, 수백년을 함께할 공동운명체라 할 수 있다. 서로 밀접한 협조와 유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기대했던 군사·경제적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 이런 마당에 군이 주민들을 상대로 ‘돈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계속하는 한 상생은커녕 분노만 키울 뿐이요,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다.

지난해 말 여야 국회의원 165명이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이제 불필요한 갈등은 끝내자는 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지역사회 87개 단체장들도 지난 6월 청와대에 건의문을 제출했다. 법원은 “상호 간 일체의 민형사상 청구를 제기하지 않고, 화합과 상생을 위해 노력한다”는 중립적 조정의견을 내놓았다. 강정마을 10년의 아픔을 풀고 갈등에 종지부를 찍자는 게 모두의 바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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