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화론 사라지고 전쟁론으로 뒤덮인 한반도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그제 한 포럼에 참석해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가 전쟁 가능성을 고조시켰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매일 커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한국과 일본이 핵으로 무장할 잠재적 위협은 중국에도, 러시아에도 이득이 아니다”라고 한·일의 핵무장 가능성을 제기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어제 CBS에 출연해 “미국의 정책은 북한이 핵탄두로 미국을 공격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며, 이는 선제공격이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와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대화론이 사라지고 전쟁론이 한반도를 엄습하고 있다.

미국의 전쟁론과 선제타격론은 한 달여 만에 재등장한 것이다. 맥매스터는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뒀을 때만 해도 “전쟁 없이 북한 문제를 푸는 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화성-15형 발사와 핵무력 완성 선언을 실질적인 안보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는 증표다. 그레이엄 의원의 선제타격론도 미국 내 대북 여론의 강경 회귀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 위기 고조는 일차적으로 북한의 책임이 크지만 미국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북한이 최근 두 달여 동안 도발을 중단했을 때 제재 강화 외에 적극적인 대화 시도 등 다각적인 북핵 해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8년 임기 동안에는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북한의 핵능력 강화를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했다. 과거 대북 정책에 대한 성찰 없이 이제 와서 한반도 위기를 부추기는 초강경정책을 거론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미국이 전쟁을 언급한 것은 전략적인 의도도 엿보인다. 선제타격이나 전쟁론은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까지 동시에 압박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협상에 앞서 기싸움을 벌이는 것일 수도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을 대화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중단 및 폐기로 맞서고 있다. 의도야 어떻든 한반도의 파멸로 이어질 선제타격은 절대 안된다. 설령 대북 대화를 위한 전략적 카드라고 하더라도 자제해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은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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