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경원선 철도 라인에 있거나 배후지에 있는 경기지역 지자체들이 '북방물류 허브거점도시'를 선점하기 위한 '철도 물류기지' 유치전을 준비중이다.

정부가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을 개최하면서 남북 교통망 연결에 '장밋빛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도내 지자체들은 남북 철도가 유라시아 철도와 연결돼 있어 앞으로 한반도에서 중국, 러시아, 유럽을 연계하는 북방물류의 거점 도시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저마다 계획을 수립하거나 구상 중이다.

서울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경의선의 경우 광명·파주·고양 등이 대표적이다.

광명시는 남북철도가 개통되면 역세권에 첨단특급 철도물류기지를 조성하는 등 KTX광명역을 유라시아대륙철도 전진기지로 육성해 대한민국 철도허브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광명역은 수도권 유일의 KTX고속철도 전용 역사로, 4개의 정거장과 8개의 철도선로 등 독립터미널과 국제규격 철도 플랫폼을 갖추고 연간 500만명이 이용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004년 광명역 개통과 함께 유라시아대륙철도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유라시아대륙철도출발역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대륙철도사업 타당성 조사 활동, 이루쿠츠에서 몽골까지 철도체험 시민원정대 활동과 '광명~파리간' 유라시아 대륙철도 가상열차표를 발매하는 등 의제를 선점해왔다.

'남북 철도 시발역의 선정기준 및 평가'를 주제로 발표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김시곤 교수는 "(광명역이) 통관검역 등 제반 여건을 충족하고 있고 전철로 인천국제공항과 연결돼 역사 배후지 인구 등 제반환경에도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평화수도'를 내건 파주시는 대륙철도 연결에 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파주시는 남북 경제협력이 가시화되면 최대 수혜지로 꼽히고 있다.

LG산단을 비롯해 수많은 산업단지를 품고 있는 파주는 제2개성공단 조성 움직임과도 맞물려 철도 물류기지의 필요성이 높아져 온 상황에 국내는 물론 중국, 러시아, 유럽으로의 직접 교역로를 확보할 수 있는 대륙철도 연결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제철도라는 특징을 감안해 국경에 가장 인접한 철도역 중 SRT·KTX 고속철도와 연계가 가능한 도라산역을 국제철도역으로 추진하자는 학계의 주장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파주시 관계자는 "동해선에 비해 경의선은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수도권과 접근성도 높다. 특히 파주지역은 GTX-A노선과 도로망 등 충분한 사회간접자본과 값 싼 부지를 갖춘 만큼 정부의 철도연결 계획이 가시화되면 이를 활용한 주변 개발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양시는 경의선 '대곡역' 주변을 활용하기 위한 제안들이 6·13 지방선거에서 화두로 부상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후보시절 대곡 역세권에 철도물류단지를 개발하는 안을 제안했고, 당시 박수택 정의당 고양시장 예비후보도 첫 번째 공약으로 "대곡에 국제철도터미널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대곡역세권은 철도·도로 등 교통의 요충지로 꼽힌데다 일산과 덕양 도심지역 사이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개발이 제한된 탓에 대규모 물류단지나 국제터미널 건립을 위한 부지가 충분했다.

이 공약은 물류단지 계획에 반대하는 주민들로 계획은 철회됐다. 높은 땅값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남북 관계 개선 속도에 따라 경의선이 조기 착공하면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서울과 원산을 잇는 경원선의 경우 의정부, 양주, 동두천, 연천 등이 거점도시를 준비중이다. 인근 포천과 남양주도 대열에 합류했다.

양주시는 글로벌 물류기지이자 평화와 번영, 남북평화경제의 중심인 경기북부 거점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미래성장 동력 확보와 광역교통 체계 구축 등, 경원축 중심의 경제벨트 활성화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주시는 330만㎡규모의 물류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동두천과 의정부는 남북교류와 유럽 진출의 전진기지로서 경기북부의 새로운 거점도시를 표방했다.

연천군의 기대감도 크다.

연천군은 박근혜 정부시절 물류기지 예정지로 검토됐던 곳이다.

　포천시는 민선7기 슬로건을 '남북경협 거점도시 포천'으로 삼고 내륙 물류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일찌감치 밝혔다. 시는 거점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첫 단계로 철도 유치를 통한 교통망 구축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포천시 관계자는 "일상생활 뿐만 아니라 관광, 산업 분야에 이르기까지 지역경제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철도망 구축은 포천시민의 오랜 숙원사업이자 추후 남북 경제협력과 물류 거점도시로서 필수적인 사업"이라며, "철도망 구축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통일한국시대의 중심이 되는 도시가 되겠다"고 말했다.

　특히 포천, 양주, 동두천은 힘을 모아 최근 글로벌 섬유·가죽·패션산업특구를 유치했다.

　이 세 지자체는 남북관계 개선 기회를 활용한 물류전략과 남북경협을 통한 역외가공 방식 도입 전략 등을 담아 이탈리아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패션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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