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 혜령군 묘 불법 판정나
수년 방치·유지관리에 수억
공사 "시가 합의 깨고 비협조"
시 "애초 충분한 논의 없었다"
▲ 경기도시공사가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에 위치한 혜령군 이지(惠寧君 李祉, 1407-1440·세종의 이복동생) 사당을 불법적으로 건립,추인허가 과정에서 이행강제금을 주민에 떠 넘겨 논란을 빚고 있다.뒤로 혜령군 묘와 부인,자손의 묘가 보이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경기도시공사(이하 공사)가 과거 광교신도시 내 공원을 조성하면서 지은 불법 건축물로 인한 수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주민 분담금이 포함된 사업비로 지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공사 측은 수원시가 기존 합의를 무산시켰다고 하는 반면, 시는 애초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고 하는 등 공방을 벌이고 있다.

26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2015년 1월 공사가 건축한 영통구 이의동 역사공원 내 혜령군 묘역 재실 등을 불법 건축물로 적발하고 7000여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공사는 그달 시에 이행강제금을 광교개발사업비로 납부했고, 4월까지 건축허가 및 사용승인을 받았다.

행정적인 실수로 발생한 책임에 주민 분담금이 있는 사업비가 쓰인 셈이다.

발단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사는 당시 도·시로 구성된 '공동사업시행자 협의체' 회의를 거쳐 에듀타운 부지에 있던 혜령군 묘와 부인, 후손들의 묘를 현 역사공원 약 2000㎡ 부지에 이전·복원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혜령군은 조선태종의 아홉 번째 왕자이자 세종의 이복동생이다.

약 300m 떨어진 곳에 경기도 기념물 제53로 지정된 심온 선생(세종의 왕비인 소헌왕후의 아버지) 묘소가 있어 유적화로 연계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10년 이전이 완료되자마자 문제가 발생했다. 4채의 재실, 내·외삼문, 화장실 등 332.82㎡ 면적의 건축물이 토지용도에 맞지 않는 불법으로 판정 났기 때문이다.

당초 공사는 완공 직후 시로부터 공원시설물로 허가를 받고 소유권을 넘길 계획이었으나, 시는 불법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후 공사와 시 사이에 이견대립이 계속 이어지면서 혜령군 묘소는 2015년까지 무려 5년여 간 무허가 건축물로 방치돼왔다.

2014년 묘소 인근에 수원광교박물관이 개관하자 공사는 박물관의 부속시설로 실시계획변경을 한 뒤 시에 재허가를 요청했고, 이에 대해 시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불법으로 지어진 건축물이라도 공공적인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어 철거집행은 과하므로, 이행강제금 납부 후 허가해주는 '추인' 절차를 밟겠다는 취지였다.

결과적으로 혜령군 묘소는 불법에서 벗어났지만, 양측의 협의 과정서 나온 오류로 불필요한 주민 분담금이 지출됐다.

이 밖에 불법 건축물로 방치되는 기간 동안 유지관리, 공사 등 명목으로 주민 분담금이 포함된 수억원의 개발사업비가 투입됐다.

앞서 2015년 공사는 해당 불법 건축물로 감사원 특정감사에 적발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관련자가 위법행위를 했다고 봄이 상당하나, 관련부서 간 이견으로 발생된 문제라는 의견으로 '주의'로 처분했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개발사업비 지출은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쳤고, 시의 동의도 받은 것"이라며 "모든 원인은 시가 과거에 했던 협의를 깨고 비협조적으로 허가를 안 내줬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사전에 많은 협의 없이 이전이 돼 이런 상황이 온 것"이라며 "무허가 건축물은 대장에도 안 나와 시가 일일이 파악하고 조치를 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시와 공사는 내년 초 혜령군 묘소의 소유권을 공사에서 시로 이전, 교육공간 등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