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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미술관의 <포스코 소장 미술품 전시회>, 정현 작가와 파쇄공 이야기

포스코미술관의 <포스코 소장 미술품 전시회>, 정현 작가와 파쇄공 이야기

2015/02/10

포스코센터에 묵직하게 놓여 있는 거대한 쇳덩어리, 도대체 정체가 궁금한 이 물건! 무엇일까요?

언뜻 보면 바위를 연상케 하는 이 쇳덩어리의 정체는 조각가 정현의 <무제>라는 작품인데요. 오늘 Hello, 포스코 블로그에서는 포스코와 대한민국 산업현장의 역사를 간직한 이 파쇄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이와 함께 포스코미술관에서 지난 2월 2일부터 오는 16일까지 개최하는 ‘포스코 소장 미술품전’ 소식도 함께 만나보시죠! : D

산업현장의 ‘역군’에서 ‘예술작품’으로! 포항제철소의 ‘파쇄공’

정현-무제
정현, 무제(Untitled 2014), 126x126x110cm, POSCO Steel Ball, 2014

“천 번을 떨어져야 역사가 된다”

포스코센터 지하 1층에 위치한 포스코미술관에서는 현재 ‘포스코 소장 미술품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일 막을 연 이 작품전은 오는 설 연휴를 앞둔 2월 16일(월)까지 열릴 예정인데요. 이번 ‘포스코 소장 미술품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품 가운데는 ‘작품’처럼 보이지 않는 특이한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포스코센터 동관 차량 진입로 인근에 설치돼 있는 ‘파쇄(破碎)공’ 입니다.

언뜻 보면 바위를 연상하게 하는 이 쇳덩어리는 조각가 정현(58·홍익대 교수)의 <무제>라는 작품입니다. 파쇄공은 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작은 크기로 깨부수는 일을 하는데요. 처음에 제작될 때는 15톤에 달하는 사각형 모양이었지만 기중기에 매달려 지상 25미터 높이에서 수없이 낙하를 반복하다 보니 무게는 반으로, 모양은 둥글게 변해버리고 만 것이죠. 지금은 가스를 이용해 부산물을 분절하고 있어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 거대한 쇳덩어리에 새겨진 닳고 긁히고 파인 흔적들은 고난과 역경의 세월을 견뎌 온 우리네 삶을 연상시킵니다. 조각가 정현은 포항제철소 야적장에서 가져온 파쇄공에 새로운 의미와 생명을 불어넣음으로써 우리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하고 있는데요. 15톤이 넘는 몸무게가 반으로 줄 때까지 야적장에서 6~7년 동안 고된 노동을 하다 은퇴한 산업현장의 ‘역군’을 당당히 ‘예술작품’으로 변신시킨 셈이죠! : )

몸이 깎이고 닳아질 만큼 혹독한 시련을 겪은 파쇄공 위에는 대한민국이 헤쳐온 질곡의 역사가, 숱한 좌절을 겪으면서도 성공하지 못하면 바다에 뛰어들어 죽겠다는 각오로 포스코를 일궈낸 포스코인들의 삶과 정신이 오롯이 새겨져 있습니다. 제 살이 닳아 없어지는 시련을 극복한 이 쇳덩어리는 바로 대한민국의 역사이자 포스코의 역사이기도 한 것입니다.

“하찮은 것에 경의를 표한다” – 정현 작가

“하찮은 것이야말로 진짜 작품이다”

정현 조각가의 작품세계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하찮은 것에 경의를 표하다’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는 주로 버려진 아스팔트 콘크리트 덩어리인 아스콘, 오랜 세월 기차 철로의 버팀목으로 사용되었다가 폐기된 침목, 별다른 쓸모가 없는 막돌 등 볼품없이 세상에 버려진 하찮은 것, 가공되지 않은 날것들을 미적 재료로 선택하여 ‘존재의 숭고’, 더 나아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얘기합니다. 비록 본래의 용도는 폐기되었지만 그들의 근본적 생명은 여전하다며 하찮은 것에 경의를 표하는 작가가 최근 새롭게 만난 것이 바로 이 파쇄공인 것이죠.

“거친 붓 터치보다도 숭고한, 응집된 시련의 흔적 그리고 축적된 힘”

조각가 정현이 파쇄공과 처음 마주한 순간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우연한 기회에 포항제철소 내 고철 야적장을 방문한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구(球) 형태의 쇳덩어리를 발견하게 됐는데요. 동반했던 포스코 직원들에게 파쇄공의 정체를 묻고 이어 눈으로 확인한 파쇄공의 낙하 장면! 그는 이때 느낀 엄청난 굉음과 뼛속으로 스며드는 강한 진동을 ‘거친 붓 터치보다도 숭고한, 응집된 시련의 흔적 그리고 축적된 힘’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현 작가는 ‘진흙 더미 속 보석’을 찾았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고, 이후 그는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한 채 현장에서 처음 마주했던 모습 그대로인 이 파쇄공을 지난 2014년 10월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에 철을 소재로 한 작품 중 하나로 내놓았습니다. 표면에 찍히고 파인 흔적들, 철 파편이 박힌 자국 등이 그대로 새겨진 파쇄공이 전시장에 그 장엄한 모습을 드러낸 셈이죠. 그에게 있어 제철소의 파쇄공은 산업현장 직원들의 땀과 열정, 인고의 시간이 농축된 상징물과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는 2월 16일까지 열리는 ‘포스코 소장 미술품 전시회’도 만나보세요!

이번 포스코 소장 미술품전에서는 파쇄공을 비롯해 국내외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1995년 개관 이후 1998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정식 미술관으로 인정받은 포스코미술관이 지난 20여 년간 수집한 미술품들을 선별해 일반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인데요!

위 좌측) James Rosenquist, Eclipes, eclipes, eclipse, 205.7×365.8cm, Oil on canvas, 1994 (위 우측) 김창렬, Water Drops, 74x112cm, 판화, 1994 (아래) 이상범, 산수, 112x28cm, 한지에 수묵채색, 1974
위 좌측) James Rosenquist, Eclipes, eclipes, eclipse, 205.7×365.8cm, Oil on canvas, 1994 (위 우측) 김창렬, Water Drops, 74x112cm, 판화, 1994 (아래) 이상범, 산수, 112x28cm, 한지에 수묵채색, 1974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미국 팝아티스트 제임스 로젠퀴스트의 <Eclipse, eclipse, eclipse>, 20여 년간 물방울만을 화폭에 담아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김창렬 작가의 <Water Drops>, 근대 한국화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이상범 작가의 <산수> 등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 41점이 공개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다가오는 16일이면 전시회가 막을 내린다고 하니 서두르는 게 좋겠죠? : D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외롭고 높고 쓸쓸한, 1994) –
지난 시간, 포스코 산업현장의 역군으로 자신의 몸을 부딪히며, 포스코와 함께 질곡의 역사를 온몸에 새겨 온 ‘파쇄공’. 지금은 묵묵히 포스코센터 한 켠을 지키고 있는데요. 포스코미술관을 지날 때, 파쇄공에 새겨진 시련과 희생의 흔적들을 어루만지며 지난날의 포스코와 대한민국을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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