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기금 부산 절반도 안돼 … 시 "역할 확대" 발표 현실성 우려
▲ '인천시의회·경기도의회 남북교류협력 및 한강하구 활용을 위한 평화업무 협약식'이 열린 26일 오후 인천·경기 경계에서 정대운(앞줄 왼쪽부터)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장,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 등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협약서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인천시가 조성한 남북교류협력기금이 20억원대로 서울·경기도 기금의 6%, 강원도의 1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구가 비슷한 부산시 기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시가 기금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재 시가 사용할 수 있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은 26억원이다. 시는 해마다 20억원씩 기금을 적립해 2022년까지 100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 관계자는 "시 재정난과 남북 관계 경색 등을 이유로 2012~2017년엔 기금을 편성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박남춘 시장 취임 이후 10억원을 적립했다"며 "올해에도 20억원을 추가 적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시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은 초라한 수준이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기금은 각각 390억원, 378억원으로 14배 이상 더 많다. 강원도는 185억원, 부산시는 64억원으로 인천보다 훨씬 많은 기금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이들 지자체가 기금 조성에 열을 올리는 것은 남북 교류가 본격화됐을 때 지자체 단위의 남북경제협력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 유치와 대동강 수질 개선 사업을 펼친다. 경기도는 개성한옥마을 보존 사업을 추진하고, 강원도는 국제유소년 축구대회를 북한과 공동 개최한다.

부산시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개발은행 설립을 제안했다. 국책은행 주도 하에 국제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북한개발은행을 부산에 설립하면 북한 개발과 관련된 자금·물자·인력이 부산에 모여들고 국제 금융기관과 글로벌 금융사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인천은 재원이 풍족하지 못하다 보니 눈에 띄는 지역주도형 남북경협 사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가 추진 중인 서해평화협력청 설치 사업은 통일부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가 권한을 쥐고 있는 '중앙주도형 사업'으로, 지자체의 의욕만 갖고선 실현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해주~개성을 연결해 남북경제공동체를 구축하는 강화 교동평화산업단지 조성 사업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9300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부분을 민간 자본으로 유치해야 하기 때문에,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인천시는 정부와 공조 속에 남북 교류에 대한 지자체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며,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차분하고 심도 있게 남북경제 중심도시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인천이 항구적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범준·임태환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