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탓
간호사 수급 어려워 수익 올리기도 곤란
경영 적자로 응급실 문까지 닫았던 인천적십자병원이 직원들 임금도 제대로 지급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적십자기관 노동조합은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직원들이 받아야 할 각종 상여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노조 자료를 보면 지난해 8월과 12월, 올해 1월과 2월 지급돼야 할 정기상여금이 약 300% 체불됐다. 또 지난해 5월과 올 2월 지급됐어야 할 가계보조비·효도상여금도 140% 미지급 상태다.
입사 11년차 5급 간호사(15호봉)를 기준으로 보면 960여만원을 받지 못한 셈이다. 인천적십자병원 직원 수는 경인의료재활센터병원을 포함해 약 190명이다.

임금체불은 병원 재정난 때문에 발생했다. 인천적십자병원은 2017년 20억원 적자, 2018년 18억원 적자를 내 지난해 11월 기준 누적적자가 261억원이다. 전국 적십자병원 중 빚이 가장 많은 상태다.
재정난을 견디지 못한 인천적십자병원은 지난해 11월 진료과목과 의사 수를 대폭 줄이고 응급실 운영도 중단했다. <인천일보 2018년 11월8일 2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국회의원(연수갑)실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인천 연수구에서 응급환자가 9337명 발생했는데 이 중 1007명이 인천적십자병원으로 이송됐다. 촌각을 다투는 1000여명의 응급 환자들은 이제 더 먼 거리에 있는 병원 응급실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정난 해결을 위해선 더 많은 환자를 받아 수익을 올려야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간호사 수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간호사가 간병인 역할을 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이 공공 의료기관에 의무화 되면서 간호사 수가 전보다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간호사들은 임금 등을 이유로 공공의료원을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다.

노조 관계자는 "경영 위기는 약 10년 전부터 누적돼 왔지만 적십자 본사에서 특별한 대책마련이 이뤄지지 않아 공공 의료가 후퇴하고 있다"며 "다음달 5일 박찬대 의원과 적십자총재 면담이 있는데, 여기서도 특별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경우 임금체불에 대한 노동청 고소고발과 노동조합 차원의 단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기본급은 다 지급됐는데 병원이 어려워 상여금을 못 주고 있어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결국 수익이 나야 하는데 공공적인 면을 중시하는 의료기관이고 간호 인력도 아직 확보되지 않아 병동 환자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여러 대책을 세워 올해부터 도입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