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항 개발만 치중하더니 어선 수 줄었다고 격하

서해5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 중인 어선들에 피난처를 제공했던 옹진군 덕적면 울도항이 20년 만에 국가어항 지위를 잃는다. 국가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루지 못한 섬 개발 정책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25일 해양수산부와 인천시에 따르면 해수부는 26일 시가 지방어항으로 관리하는 영흥도 진두항을 국가어항으로 지정한다. 3년간 489억원을 들여 진두항의 접안시설·친수공간·주차장 등을 확충할 계획이다. 시는 진두항이 낚시 명소로 인기를 끄는 점을 고려해 해양관광 거점 어항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같은 날 울도항은 국가어항에서 지방어항으로 격하된다. 1999년 지방어항에서 국가어항으로 격상된 지 정확히 20년 만에 신분이 바뀌게 된다. 인천지역 국가어항은 울도항이 빠졌으나 진두항이 추가되면서 기존 5개(강화 어유정항·옹진 덕적도항·대청 선진포항·소래포구항)를 유지하게 됐다.

울도항이 국가어항에서 제외된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어항 지정 기준 중 하나인 현지 어선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울도항을 국가어항으로 지정한 뒤 피난항 개발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주 여건 개선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국가어항 정책의 핵심인 '살기 좋은 어촌 건설'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국가 지원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울도항의 어선 수가 늘어났을 것인데 "어선 수가 적다"며 국가어항에서 해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2016년 국가어항에서 해제된 옹진군 장봉항도 1971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됐으나 기본시설 완공 후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고, 항내 퇴적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어항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자 해수부가 이들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섬 주민의 정주 여건과 현지 실태 등을 꼼꼼히 살피며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에 새롭게 지정된 진두항은 지역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울도항은 옹진군 덕적면 울도리 울도에 있는 어항으로 섬에는 100명이 채 안 되는 주민이 살고 있다. 울도란 명칭은 주변 섬들이 울타리처럼 둘러싸고 있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설과, 너무 멀어 울고 주민들의 인심이 너무 좋아 또 울고 간다는 뜻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