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항일 면사무소 뒷산이 송산초 교정
100년 만에 '독립운동 유적지' 기념비 현판
▲ 27일 오전 화성 송산초 담장 앞에 모인 고정초·송산초 학생들이 독립운동 시위장소를 표기한 '송산초등학교 3·1 운동 만세 시위지' 안내판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교육청

"우리 동네 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 후손이래요." 27일 오전 화성 고정초등학교와 송산초등학교에서 모인 학생들이 '송산초등학교 3·1 운동 만세 시위지'라고 적힌 안내판을 설치했다.

어느 지역보다 격렬하게 3·1운동 만세시위가 일어난 송산면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 유적지중 한 곳이다.

1919년 3월26일 홍면옥 지사는 송산면사무소 근처에서 태극기를 내걸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사강리 만세운동을 이끌었다.

송산면 사강리 시장의 장날이었던 3월28일에는 송산면 뒷산에서 1000여명의 군중이 모여 대대적인 만세시위를 벌였다.

이에 당황한 일본경찰 노구치 순사부장이 총을 꺼내 홍면옥을 쐈고, 쓰러진 홍 지사를 보고 울분을 참지 못한 20여명이 노구치를 뒤쫓아 돌과 몽둥이로 그를 처단했다.

만세운동의 대가는 혹독했다.

다음날부터 일본경찰은 보이는 대로 부락민을 끌고가 주모자 체포에 나섰고, 보복성 방화와 총격으로 마을은 쑥대밭이 됐다.

불바다가 된 송산·서신면 일대는 민가 200여 채가 잿더미로 변했다. 끌려간 이들 중 28명은 징역 6개월에서 15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송산면에는 이 아픔을 위로하는 '삼일 동산'이 만들어졌고, 기념비가 세워졌다.

대대적인 만세운동이 일어난 면사무소 뒷산이 현재의 송산초 교정이다.

이날 열린 현판식에는 11명의 학생들과 함께 윤용한 고정초 교사도 참석했다.

역사를 전공한 윤 교사는 지난해부터 자체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마을 독립운동 역사 유적지 찾기에 나서고 있다. 또 수업 시간에 송산면에 거주하는 독립운동가 후손을 초대해 아이들과 살아있는 독립운동 역사 증언 시간도 마련했다.

윤 교사는 "학교 주변이 3·1 운동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함에도 지역주민은 물론 정부에서도 잘 모른다"며 "아이들이 직접 독립운동가의 후손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생생한 독립운동의 역사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11명의 학생들은 송산면에서 일어난 만세시위의 역사적 배경 설명을 들은 뒤 교문 앞에 나와 직접 안내판을 설치했다.

한편 '도교육청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특별추진위원회'는 지난해 경기도와 함께 도내 학교 역사 유적지 10여 곳을 발굴해 안내판을 설치했다.

올해 도내 학교 120여 곳에 잠자는 항일 독립운동 유적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연중 안내판 설치 작업을 진행중이다.

/안상아 기자 asa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