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건설 매각 무산, 산은 부실관리 제대로 했나

2018.02.08 20:57

호반건설이 8일 대우건설 인수를 공식 철회,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작업은 상당기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채 열흘도 안돼 나온 포기결정이다. 이유는 대우건설의 대규모 손실이 새로 발견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모로코 사피 발전소 현장에서 3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해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이 적자로 드러났다. 호반 측은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과 같은 미래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해외 부문에서 추가 부실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호반건설은 이를 믿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 불발은 산은이 과연 부실기업의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심케 한다. 대우조선해양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이번에도 반복됐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산은에 인수된 2010년 이후 2016년까지 7년간 수천억원대 적자만 3차례 발생하는 등 원만한 성장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 기간 누적 당기순손실은 1조6312억원에 달한다. 산은 기업관리능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산은이 출자회사의 부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데 있다. 대우건설은 2016년 영업실적이 극히 저조하자 1조1000억원의 손실을 반영했다. 그러면서 해외 공사 등 앞으로 있을 잠재손실까지 반영한 것이라고 자신했다. 2017년에는 대우건설 대표이사도 산은 출신의 최고재무책임자에게 맡겼다. 그런데도 추가 부실이 뒤늦게 발견된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대우건설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는 산은 측의 구차한 변명이다.

산은은 부실화된 기업의 구원투수로 자금을 투입하면서 여느 재벌 못지않게 공룡화됐다. 산은의 출자사는 27곳에 이르며 출자금액도 수십조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이들 출자사의 지분가치가 1조원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지분가치가 기업가치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규모의 혈세가 들어간 출자사의 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산은은 출자사의 부실관리와 가치제고에 전력투구했어야 한다. 기업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면서 기업을 성장시킨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산은은 매각 작업을 서두를 게 아니라 출자사 부실관리부터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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