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권의 새 대출제도, 불가피하나 부작용 최소화해야

국내 시중은행이 26일부터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과 소득대비대출비율(LTI),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등 새 대출제도를 시행해 대출받기가 한층 어려워지게 됐다. DSR은 대출심사 과정에서 기존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합산해 연소득과 비교한 뒤 대출한도를 정하는 방식이다. DSR 기준이 100%라면 연봉 4000만원인 직장인이 연간 상환해야 할 모든 대출의 원리금이 40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개인사업자(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한 ‘가이드라인’도 시행돼 대출받기가 더욱 까다로워진다. 은행들은 1억원이 넘는 대출에 대해서는 자영업자의 LTI를 따져 대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부동산 임대업자에게 신규 대출을 할 때는 연간 임대소득을 대출 이자비용과 비교해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RTI를 적용하기로 했다.

은행권의 새 대출제도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지난해 말 현재 가계부채는 1450조원을 넘어섰고, 자영업자 대출도 500조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이 수차례에 걸쳐 대출규제 조치를 내놓았는데도 가계부채 규모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4.4%에 달했다. 2014년 2분기 이후 14분기 연속 상승해 12.5%포인트나 높아졌다. 3년6개월 새 부채상환 능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취약차주의 대출액은 81조원을 넘어 전체 가계대출의 6.0%에 달했다. 취약차주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하위 30% 계층이거나 저신용자(7~10등급)를 말한다.

은행권의 새 대출제도 시행의 성패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달려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2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국내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면 취약차주들은 이자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가계부채가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로 쏠리는 ‘풍선효과’도 차단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새 대출제도 시행이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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