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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희 "10년 뒤? 밥값하는 배우 되고 싶어요" [창간인터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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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창간인터뷰②에 이어서...) "가슴 뛰는 순간이요? 현장에 있을 때 가슴이 뛰어요. 저를 살아있게 만들어요."

지난 2003년 KBS1TV 일일드라마 '노란 손수건'으로 데뷔한 진지희(20)는 데뷔 7년 차, 11살이 되던 해 첫 번째 전성기를 맞이했다.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09)을 만난 그는 남들보다 이르게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며 자신의 존재를 톡톡히 알렸다. 이기적이고 얄미운 행동은 골라서 하는 해리를 연기한 그는 목이 나가도록 연신 '빵꾸똥꾸야!'를 외쳐대며 시트콤의 최고 '신스틸러'로 떠올랐다. 그래도 미워할 수 없었다. 귀여운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면 시청자들은 피식 웃었고, 동그란 눈으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면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었다.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진지희는 이후 영화 '사도'(2015), '국가대표'(2016), '이웃집 스타'(2017),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 '불의 여신 정이'(2013), '선암여고 탐정단'(2014), '백희가 돌아왔다'(2016), '언니는 살아있다'(2017) 등 끊임없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갔다. 때로는 누군가의 아역으로, 때로는 제 나이에 맞는 캐릭터로 분하며 꾸준히 연기했다.

다만 일부는 여전히 그를 '빵꾸똥꾸'를 외친 아이로만 바라봤다. 아역배우의 숙명이다. 그러나 마이데일리 창간 15주년을 기념해 기자와 만난 진지희는 "오래 배우 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라고 도리어 의연하게 말하며 웃었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하며 여느 또래와 같이 대학 생활을 만끽했던 그는 자유로워보였다. 열정 또한 진중하고 순수해 미소 짓게 했다. 차기작 케이블채널 tvN D 웹드라마 '언어의 온도'에서 만날 진지희가 더욱 궁금해졌다.

"마이데일리 창간 15주년 너무 축하드립니다. 영화, 드라마 때는 물론 제 대학교 입학도 함께 해준 마이데일리에요. 마이데일리와 같이 자랐어요. 같은 동료, 친구, 또래로서 같이 롱런했으면 좋겠습니다."

- 올해로 데뷔 17년 차에요. 부모님의 의지가 아닌, 처음으로 본인이 연기에 매력을 느꼈던 순간은 언젠가요.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연애시대'가 딱 떠오르는 걸 보니 그 때인가봐요. 7살 때였어요. 처음으로 연기가 재미있던 거 같아요. 아기가 세상에 나왔을 때 눈을 뜬 느낌처럼요. 그러다가 '지붕뚫고 하이킥'을 만났고, '이런 게 캐릭터를 만든다는 거구나'라고 느꼈어요. 저는 원래 악을 지르는 아이가 아니거든요. 어린 나이였지만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다는 걸 느꼈어요. 그 끈을 놓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 뒤로는 연기를 '직업'으로 삼게 됐어요. 뚜렷한 목표도, 목표를 이룬 거라고 생각도 안 하지만 확실한 건 배우가 너무 즐겁고 좋다는 거예요. 의지가 더 생겨요."

- 왜 배우가 좋나요? 원래 성격은 낯을 가리고, 내성적이라고 들었어요. 배우는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지는 일이잖아요.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나요? 제 안에 있는 성격일 수도 있지만, 무언가를 끌어내서 나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창의적이고 예술적이에요. 내성적인 부분도 있지만 연기를 하고 있으면 저의 다른 모습을 느끼게 돼요. 낯가림도 심한데 이상하게 작품만 들어가면 저도 모르게 적극적이게 되고 용기가 생겨요. 먼저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요."

- 슬럼프가 온 적도 있어요?

"올해 초에요. 이번 차기작이 결정되기 전에 심리적으로 힘들었어요. 현실적으로 배우를 안 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했거든요. '배우를 못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 타격이 갑자기 왔어요. 많이 우울했어요. 사람들과 대화를 해도 풀리지 응어리가 있었어요. 제가 원래 에세이를 잘 안 읽었어요. 전형적인 위로의 글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패닉에 빠지니까, 다르게 보였어요. 마음가짐이 달라졌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거기에 작품까지 확정이 되니 마음이 더 풀린 거 같아요. 작품을 안 하고 있어서 힘들었나 봐요."

- 에세이처럼 마음을 다잡아준 게 또 있나요.

"일기요. 하루의 일과나 생각들을 적어요. 중학교 때부터 일기를 쓰기는 했는데 그 때는 객관적인 나열을 했었고, 성인이 되면서 제 감정을 쓰게 됐어요. 원래는 힘든 걸 못 적었어요. 되새김질하고 아파하는 게 싫어서 회피했었죠. 그러나 배우로서 그 감정이 중요하단 걸 깨달았어요. 언젠간 그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요. 마주하는 용기의 시간을 가졌어요. 정신건강에 되게 좋아요."

- 지금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죠. 영화감독에 대한 의지도 있는 것 같은데, 도전에 거침이 없는 것 같아요.

"유튜브는 공백기 때 팬 분들과 소통을 하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편집도 제가 직접 해요. 잘했다고 해주시니 자신감이 생겼고요. 영화감독도 거창하기보다는 단편영화를 제작해서 작은 영화제에 내보고 싶어요. 아무래도 연기 관련 분야에 도전 욕구가 많아요. 어렸을 때부터 봐 온 게 그거고, 감각이 조금이라도 있으니 살리고 싶거든요. 라디오 DJ도 해보고 싶어요. 정은지 언니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듣는데 너무 멋있고 대단해요."

- 그렇다면 진지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건 무엇인가요.

"현장이요. 연기도 그렇고, 이 인터뷰 순간도요. 모든 순간의 현장에 있을 때 가슴이 뛰어요. 저를 살아있게 만들어요."

- 10년 뒤에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요?

"10살에도 이 질문을 받았었어요. 그 땐 10년 뒤가 지금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는 10년 뒤는, 밥값하고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 열정을 잃지 않고요. 그리고 쉴 시간이 없으면 좋겠어요. 영화, 드라마 다 하고 싶어요. 너무 쉴 시간이 없어서 '이러다가 쓰러지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웃음)"

- 내년 2월 공개 예정인 웹드라마 '언어의 온도: 우리의 열아홉'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이기주 작가님의 책을 바탕으로 한 웹드라마에요. 학원물이긴 한데 모든 연령대분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귀를 바탕으로 만든 스토리에요. 제 캐릭터는 아주 밝아요. 화도 안 내요. 이전 작품들에서는 사이다 발언으로 '팩트 폭행'도 했었는데 말이죠.(웃음) 대신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어서 따듯한 말로 위로해주는 인물이에요. 실제 저랑 비슷한 면모도 있어요. 제 텐션보다 두 배는 높지만 비슷한 부분도 있으니, 기대 많이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tvN D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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