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도 ICO 끌어안는다, 韓 정부만 손놓고 방치

허준 2018. 6. 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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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암호화폐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한국선 불확실한 규제로 혼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공개(ICO)를 증권법 테두리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암호화폐를 주식처럼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하고,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미국 외에도 일본, 싱가포르와 영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국들이 속속 ICO와 암호화폐에 대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정부가 '모든 종류의 ICO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뒤 정작 규제를 위한 법 개정이나 가이드라인 제시에는 시간을 끌고 있어 관련기업과 투자자들의 혼란은 물론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ICO와 암호화폐 관련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이 클레이튼 SEC위원장은 미 경제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 "I달러나 유로, 엔화 등을 대체하고자 하는 비트코인 경우는 증권이 아니지만, ICO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쓰이는 디지털 자산, 즉 토큰은 증권으로 볼 수 있다”며 “토큰과 같은 디지털 자산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현금을 받고 이를 통해 사업을 하면서 ‘우리에게 투자한 대가로 수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약속한다면 이 토큰은 증권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규정했다.

제이 클레이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불확실성 해소 '긍정적'..암호화폐 특성 감안않아 무리한 규제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SEC 입장 표명과 관련, ICO 참여자들의 규제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SEC 위원장의 발언이 암호화폐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관련 정책을 만들때 세심하게 살펴할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증권형 ICO는 증권법으로 다룰 수 있겠지만, 토큰이 다양한 분야에 실제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유틸리티형 ICO는 단순한 증권투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ICO를 추진중인 한 기업 대표는 "모든 ICO와 토큰을 증권에 준해서 규제한다는 것은 정부 편의적 발상"이라며 "생태계 참여자들이 함께 토큰 가치를 높美여간다는 점에서 주식개념이라고 보다는 일종의 협동조합이라고 봐야 하며, 크라우드펀딩 등을 참고해 새로운 방식의 규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산업진흥법안을 제안한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도 "토큰을 분류하는 세부 기준을 정하는 것이 글로벌 ICO 규제 트렌드인데 SEC는 조금 다르게 보는 것 같다"며 "증권형 토큰과 유틸리티형 토큰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토큰에 대해서는 다른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스위스, 싱가포르도 ICO 정책 '잰걸음'
세계 각국은 이미 ICO와 암호화폐 정책을 속속 제시하고 있다.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은 지난 2월 '규제'가 아닌 '진흥'에 초점을 맞춘 ICO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ICO를 통해 투자자들이 받게 되는 암호화폐(토큰)를 △지불형 △유틸리티형 △자산형으로 구분해 ICO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지불형 토큰은 결제수단이라 자금세탁방지 규정만 적용한다. 반면 향후 기업 이익과 현금흐름에 따라 배당을 받는 자산형 토큰은 기존의 주식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분류했다.

ICO 중심지로 떠오른 싱가포르와 홍콩 역시 스위스와 유사한 형태의 ICO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토큰 구조와 성격에 따라 현행 법령 적용 여부를 구분한다. 특히 싱가포르는 최소자본금에 대한 규정이 없어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등 소규모 업체도 ICO 관련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프랑스도 ICO 인가제 도입을 추진중이며, 일본은 ICO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민간이 제안한 가이드라인을 검토 중이다.

■불확실한 규제에 기업들만 '혼란'
그러나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기업들도 이에 맞춰서 관련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며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촉구했다.

김경환 변호사도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ICO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고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 정부만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김미희 장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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