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평등" 의식 높인다


차별·혐오표현 일상화 … '피해자↔가해자' 악순환
일부 지자체 관련 조례 낙후 … 道 정책 조금씩 발전



'김치녀', '한남충', '똥꼬충' 등 성을 비하하는 신조어가 만연하고 있다. 여성은 물론 남성, 성소수자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성 혐오적 표현이 일상화되고, 도내 일부 지자체들의 성평등 의식은 퇴보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혐오표현에 대해 '어떤 개인·집단에 대해 사회적 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혐오하거나 차별·폭력을 동원하는 표현'으로 규정한다. 차별과 혐오의 표적이 된 당사자는 자신의 선택이나 의지와 무관하게 강자에 의해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소수자와 소수·피해 집단이 반대 목소리를 키워가면서 오히려 서로에 대한 혐오로 번지면서 가해자가 피해자로,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지난해 6월1일부터 7일까지 온라인 커뮤니티 8곳의 관련 글 1600개와 댓글 1만6000개를 조사한 결과 커뮤니티에 성차별 관련 글이 161건 나와 100건 당 1건 꼴로 성차별 글을 게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4월 1만1000개 중 153건이 성차별인 점을 비춰보면 크게 나아지지 않는 수치다.

161건의 성차별 관련 글 중 혐오·비난 표현이 135건(83.9%)로 가장 많았으며 폭력·성적대상화가 26건(16.1%)로 나타났다.

A커뮤니티에서는 '좋은 아내 진단표를 긴급히 만들어 봤다'는 게시글로 아내를 남편의 성적도구의 대상이자 복종의 존재로 유형화했다. B커뮤니티는 '교통사고를 당해도 통통 튈 거 같이 살졌던데', '남자 외모에서 키의 중요성' 등 외모 비하와 폭력성을 드러냈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길거리에 돼지X들을 보면 요즘은 농담이 아니라 진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죽여도 된다' 등 이유 없는 폭력성과 여성의 몸을 성적으로 읽히도록 유도한 글도 있다.

이러한 온라인상의 성차별과 혐오표현은 학교, 각종 성차별 반대 집회현장 등 일상 생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7년 공개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오프라인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성소수자 92.2%, 장애인 87.5%가 혐오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여성과 남성도 각각 78.4%와 72.8%가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뿐만 아니다. 경기지역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의 성평등 조례를 보면 낙후된 성평등 의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의정부시의회의 경우 지난해 12월28일 '성평등 기본조례'를 '양성평등 기본조례'로 개정하면서 시의 성평등 정책 시행계획 수립의무와 평등한 근무환경 조성의무에 대한 조항을 삭제했다. 또 '성평등' 용어를 '양성평등'으로 전면 수정했다. 성소수자들은 양성평등이란 용어가 성별은 남성과 여성뿐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그나마 경기도의 경우 성평등의 주체를 여성으로 국한하고 있지만 성평등 정책을 조금씩 진전시키고 있다.

도는 올해 성평등 정책으로 ▲양성평등 문화 확산 및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여성이 안전한 사회환경 조성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 ▲일·생활 균형을 통한 여성고용환경 개선 등 4개 방침을 세웠다. 또한 성평등옴부즈만 설치 등 전담기구 운영으로 지역 성평등 수준을 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보다 7억원 많은 141억원 규모의 성평등기금을 조성했다.

앞으로 도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은 지난해 7월 '젠더거버넌스 활성화를 위한 경기도 정책과제'에서 ▲광역자치단체로서의 젠더거버넌스 이중 전략 구축 ▲성평등위원회 분과위원회의 내실화 및 민관협력 실무협의체 운영 ▲시·군 협력 사업과 젠더거버넌스 역량 강화 지원 ▲젠더거버넌스 촉진·지원 안정화 및 지원센터 설치 ▲젠더거버넌스 구조간 순환·환류 구조 활성화 ▲장기적 민관협치 확대를 위한 로드맵 마련 등을 제안했다.
임혜경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던 성차별과 젠더폭력의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성평등 인식과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경기도내 성평등 위원회 등 젠더거버넌스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