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마흔살이 넘으면 행복해지는 걸까?
2019년 4월 15일  |  By:   |  문화, 세계  |  No Comment

“인생은 마흔부터.” 1930년대에 출간된 한 자기계발서 덕분에 유명세를 얻은 오랜 속담입니다. 오랫동안 열심히 일한 보상으로 스트레스는 적어지고 소득은 높아지며, 아이들은 다 자라 집을 떠나고, 운이 좋은 경우 체력과 건강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라죠. 전 세계 행복지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 이론이 어느 정도는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10대와 20대 초반까지 사람들은 대체로 행복합니다. UN이 지원한 세계행복보고서 작성을 위해 갤럽은 158개국의 설문 대상자에게 인생 만족도에 0에서 10 사이의 점수를 매겨달라고 했습니다. 2016-18년 15-19세 응답자들의 평균 인생 만족도는 5.35점이었죠. 이후 서서히 우울감이 찾아옵니다. 35-39세의 만족도는 5.09점이었죠. 하지만 40세를 넘어가면서 행복도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70세의 인생 만족도는 평균 5.58점에 달합니다. 이렇게 인생 전반에 걸친 행복도는 완곡한 U자 모양을 그리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물론 모든 국가가 이 패턴을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구 소련 국가들의 경우, 인생 만족도는 나이와 함께 계속해서 낮아졌습니다. 인도 남성들의 경우에는 뒤집힌 U자 모양을 드러냈죠. 인도인들의 평균 행복지수는 지난 10년 간 1.2점이나 떨어졌습니다. 인도 남성이 70대에 이르면, 이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집단이 됩니다.(3.6점) 반면 미국의 70대 여성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집단이죠.(7.5점) 무엇이 이런 차이를 낳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사회학자들은 “U자 모형”에 대해 수십년 간 연구해왔습니다.

위와 같은 데이터의 맹점은 설문조사가 집단에 대한 한 시점의 스냅샷으로, 개개인의 행복지수가 나이대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U자 모형을 이해하기 위해 특정 집단을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추적하는 연구가 이루어진 이유입니다.

2012년에는 1980년부터 2010년 사이 호주, 영국, 독일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득과 인간관계, 건강, 그리고 추적 연구에 편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까지 통제하니 20세부터 55세 사이의 인생 만족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습니다. 이후에는 75세까지 꾸준히 높아졌다가, 노년에 건강이 악화되자 급격하게 떨어졌죠. 2015년에는 같은 데이터를 이용했지만, 다른 방법론을 적용했더니 U자 모형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행복이라는 것이 단순히 활력과 감정적 성숙도의 함수일 뿐이라고 상정했습니다. 감정적 성숙도는 나이와 함께 높아지고 활력은 떨어지지만, 역시 이 두 요소르함께 보면 중년 쯤 행복도가 바닥을 친다는 결과였죠.

자녀 역시 행복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유럽에서 자녀가 부모의 행복도에, 특히 초반 10년 간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양육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면 행복도는 떨어졌죠. 그렇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부모는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했을 때 행복도가 다시 높아지지만 양육 당시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던 부모는 오히려 자녀가 독립하면 행복도가 떨어진다는 말도 되겠죠. U자 모양의 인생 만족도 곡선을 둘러싼 연구 결과는 다양하지만, 인생이 마흔부터라는 말이 맞다면 많은 것은 아이와 돈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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