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방문이력 '0'
300㎞ 떨어진 대구환자와 같은 바이러스


4년 만에 발생한 인천 홍역 환자의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에 빠졌다. 올겨울 홍역 사태에서 집단 유행 지역이 아닌 개별 확진자로는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첫 사례인데, 홍역 바이러스는 300여㎞ 떨어진 대구와 같은 유전형이 검출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인천에서 유일하게 확진 판정을 받은 부평구 거주 17개월 유아의 홍역 바이러스 유전형이 'B3'로 확인됐다고 27일 밝혔다.

B3 유전형은 지난달 중순부터 홍역이 유행한 대구 확진자들의 바이러스와 같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까지 확인된 홍역 환자 40명 가운데 30명을 '집단 발생'으로 분류하고 있다. 집단 발생 지역은 대구(17명)와 경기 시흥·안산(13명)이다.

이들 지역 바이러스 유전형은 대구 B3, 경기 D8로 다르다. 보건당국이 두 지역 홍역을 서로 다른 경로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분석한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인천 홍역 확진자의 경우에도 가까운 경기도 홍역과 연관성이 없다는 얘기다.

인천과 인접한 지역의 개별 확진자들도 모두 D8 유전형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날까지 유전형이 확인된 서울 3명, 경기 2명 모두 베트남·필리핀 등지를 여행한 경험이 있어서 해외에서 유입된 D8 바이러스로 분류됐다. 산발적으로 발생한 홍역 환자 가운데 B3 유전형은 필리핀을 다녀온 전남 신안 확진자 1명뿐이다.

인천 홍역 환자는 앞선 개별 확진자들과 달리 해외 방문력이 없다. 국내 유행지역을 방문한 기록도 없다고 인천시는 설명했다. 남아 있는 감염 경로는 거주지 주변에서 기존 환자와 접촉한 것뿐인데, 서울·경기 지역 홍역 환자들의 바이러스 유전형이 모두 D8이라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국내 B3 유전형 바이러스의 홍역 확진자는 인천에서 300여㎞ 떨어진 대구와 경북 경산, 350여㎞ 거리의 전남 신안에서만 나온 까닭이다.

유전형 결과 발표 이후 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감염 경로를 추적 중"이라면서도 "유전형이 D8이면 경기도 환자와 접촉한 결과로 추정할 수 있는데, B3이 나와 감염 경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