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인천 남구의 한 산부인과 앞 횡단보도에서 근무복을 입은 병원 관계자들이 슬리퍼를 신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3일 오전 11시쯤 인천 미추홀구 대형 산부인과 주변 교차로. 병원복과 하얀 가운을 걸친 의료진 4명이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실내에서 착용하는 슬리퍼를 신은 채였다. 이 병원은 산후조리원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메르스·홍역 사태로 감염병 확산과 함께 '병원감염' 우려가 커졌지만 불감증은 여전하다. 의료진 부주의로 면역력이 약한 환자나 신생아 등이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5년 메르스 사태로 불거진 병원감염은 지난해 말부터 전국적으로 번진 홍역으로 재차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4월 경기도 안양에서 발생한 홍역도 26명의 확진환자 가운데 20명이 의료진이었다.

이날 근무복을 입고 의료진이 외출한 산부인과처럼 산후조리원을 동시에 운영하는 병원일수록 위험성은 더하다. 지난해 12월 연수구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11명이 호흡기바이러스(RSV)에 걸린 것을 시작으로 부평구·서구 등지의 산후조리원에서도 RSV 감염이 잇따라 확인됐다.

인천지역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병동 의료진이 옷을 갈아입지 않고 외출하면 근무복이 오염되고 감염병에 노출될 수 있다"며 "특히 신생아를 다루는 병원에선 의복 관리부터 철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진들의 감염병 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진료복 외출은 법적 장치 없이 의료기관 자율적 관리에만 맡겨지는 게 현실이다. 미추홀구보건소 관계자는 "진료복 외출을 제한하는 법적 규정은 없다"며 "감염 관리 차원에서 병원 내부적으로 자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진료복 외출을 자제하라고 내부에 공지하고 있다"면서도 "병원 건물이 3개라서 회의 등으로 이동하는 경우 근무복을 입고 나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