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세청 개혁, 표적 세무조사 포기로부터 시작해야

‘박연차 게이트’의 단초가 됐던 2008년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있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정당하고 공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의도를 갖고 진행된 표적 조사였다는 얘기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국세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해 태광실업을 뒤진 뒤 검찰로 넘겼다. 그리고 검찰 조사 뒤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빚어졌다.

이번 조사결과는 국세청이 가동 중인 국세행정개혁 태스크포스가 과거 정치적 논란을 빚은 세무조사 62건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TF는 태광실업 관련 2건을 비롯해 총 5건에 조사권 남용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냈다. 태광실업 조사권 남용 근거로 세무조사 대상 기업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중복조사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국세청은 태광실업에 대한 조사에 관할인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을 동원했다.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경향신문 보도는 한발 더 나아간다.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국세청 본청 조사국 국제조사과가 표적으로 찍어 비밀리에 특별조사를 한 뒤 서울국세청 조사4국에 넘겨 진행됐다.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애초부터 각본이 짜인 채 진행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당시 국제조사과장은 한승희 현 국세청장이다. 보도대로라면 한 청장이 실무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조사권 남용 정황이 드러나고 국세청 관계자의 새 증언이 나온 이상 누가 무슨 목적으로 세무조사를 밀어붙였는지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

이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 의사였던 김영재씨의 중동 진출 계획에 부정적 의견을 낸 컨설팅업체와 김제동·윤도현씨 등 촛불집회 참가 연예인이 포함된 기획사 등의 세무조사 과정에서도 조사권 남용 정황이 확인됐다. 퇴출 연예인 명단을 작성해 방송출연을 막은 것도 모자라 그들이 소속된 기획사까지 뒤지면서 기업활동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세무조사를 정권에 비판적인 세력을 길들이고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해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세무조사의 원칙과 목적이 정치적이니 조사가 음습할 수밖에 없다. 조세행정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사찰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정치보복용 세무조사는 이제 근절돼야 한다. 그 첫걸음이 표적 조사의 포기여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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