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에도 색깔론 덧씌우는 한국당의 저열함

자유한국당은 새해 예산안에 반대하며 6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회주의 예산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통과된 사회주의식 예산은 앞으로 대한민국 경제에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되고, 일자리나 경제 성장이나 국민복지에 어려운 환경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무책임한 선동이다.

한국당은 아동수당 도입과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을 ‘좌파 예산’의 대표 사례로 지목하고 있다. 이는 한국당도 예산안 협상에서 내년 9월부터 지급하기로 합의했던 사안이다. 애초 정부 계획은 기초연금은 4월, 아동수당은 7월부터 지급한다는 것이었는데 한국당이 6월 지방선거에 악용될 것이라고 우려해 시행이 늦춰졌다. 스스로도 민생복지에 파급효과가 큰 사안으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런 주요 정책을 놓고 지방선거에 유리할지 불리할지를 따지는 행태가 비판받을 일이지, 사회주의 예산이란 딱지를 붙여 난도질할 건 아니다. 한국당의 색깔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아동·노인복지 예산에까지 덧씌우는 것은 참으로 저열하다.

새해 예산안은 당초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모처럼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해 잠정합의를 이뤄내는 정치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한국당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의원총회에서 합의를 파기하고, 본회의장에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의총에서 이종구 의원은 법인세·소득세 인상 법안들까지 싸잡아 “이런 예산안이 통과되는 것은 사회주의를 선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걱정되는 법안이라면 표결에 참여해 반대했어야 옳다. 일부 의원들은 예산안 처리에 반발하며 이날 열린 상임위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이참에 한국당은 스스로 전략 부재와 무능을 돌아봐야 한다. 이런 식의 반대를 위한 반대나 발목잡기로는 돌아선 시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한국당이 언제쯤 제1야당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자리로 돌아갈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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