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일자리 창출 열 올리는 미국

“미국에서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에서 고용해 생산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대통령 선거 때부터 연일 제조업 일자리 회복을 강조했다. 대선 승리 이후에는 제조업계의 해외 투자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이슈분석]일자리 창출 열 올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워 일자리 창출 정책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전통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 신산업 육성, 사회안전망 구축, 유연한 고용구조 마련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더 노골화되고 급진 성향을 띤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 정책은 고립주의와 맞물려 있다. 미국을 위한다는 목표 아래 국경에 울타리를 치고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이 아니면 팔지 못하게 하겠다는 압박을 천명했다. 미국에서 일자리를 직접 창출하지 않는다면 팔 생각도 하지 말라는 위협에 글로벌 기업은 앞 다퉈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전전긍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기업에 압박을 노골화할 정도로 미국 제조업은 위기에 처해 있다. 미국 제조업 일자리 수는 1979년 6월 1960만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뒤 감소세를 띠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급감세에서 그나마 조금씩 반등하던 것이 지난해 들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2월에는 1230만개를 기록했다. 1979년과 비교하면 제조업 일자리가 730만개 사라진 셈이다.

현재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1941년보다 3배 이상 높다. 제조업 고용 감소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중요한 요인이다.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이끈 러스트벨트는 미시간·오하이오 등 제조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과거에는 호황을 구가했다. 그러나 지금은 제조업의 사양화로 불황을 맞고 일자리는 줄었다. 지난 대선 기간에 핵심 승부처로 백인 중산층 노동자가 막판 대결집을 통해 트럼프 당선에 기여했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직격탄을 맞은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은 대선에서 보호무역주의와 반(反)이민 정책을 꺼내 든 트럼프를 적극 지지하며 그에게 힘을 실어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드, 제너럴모터스(GM) 같은 미국 자동차 업체는 해외공장을 미국 본토로 옮겨 오는 `리쇼어링`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외국 기업인 토요타 등을 상대로도 `미국 내에 투자하라`는 압력을 행사, 투자 약속을 속속 받아내고 있다.

미국 에어콘 제조업체 캐리어는 트럼프 당선자의 압박에 인디애나주 주도인 인디애나폴리스에 위치한 에어컨 공장을 멕시코로 옮기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포드는 멕시코 산루이스포토에 예정돼 있던 16억달러 규모의 생산 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하고 7억달러를 투자, 미시간주 공장을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GM도 “멕시코 투자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철회하고 미국 공장에 1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트럼프의 노골화한 공세에 항복 선언을 한 셈이다. 피아트크라이슬러도 3년 동안 미시간주 워런과 오하이오주 톨레도 공장 두 곳에 10억달러를 투자하고 새 일자리 2000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도 “애플이 미국에 대형 공장을 짓기를 희망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는 애플에 해외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면 세금을 대규모로 줄여 주는 등의 혜택을 주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해외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토요타가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에 미국 수출용 코롤라 모델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절대 안 된다.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할 것이다”라고 압박했다. 이에 토요타는 앞으로 5년 동안 미국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대차도 올해부터 5년 동안 미국에 31억달러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글로벌 기업의 미국 투자 약속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의 메시지는 `이제 미국이 손해 보며 돈을 쓰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미국에 팔고 싶으면 미국에 들어와서 미국인을 고용해 잘살게 하거나 높은 세금을 내라는 요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 부흥을 꾀하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제조업이 이미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 공장`으로 떠오르면서 미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미국 제조업의 적`으로 간주하지만 중국 제조 산업은 이미 급격한 혁신으로 미국이 따라잡지 못할 경지에 올랐다. 미국의 노동력이 첨단 기술을 다루는 수준이 한참 뒤떨어졌다는 평가다.

높은 임금과 부품 공급망도 문제다. 만약 애플이 아이폰을 미국에서 조립하면 30~40달러, 부품까지 미국에서 만들면 100달러까지 아이폰 1대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고 기업도 경영이 악화될 것이 확실하다.

뉴욕타임스는 “멕시코의 시간당 임금은 10달러 미만이지만 미국에선 자동차 제조업 종사자의 시간당 임금은 29달러에 이른다. GM이나 포드 같은 자동차 업체가 미국에서 소형차를 생산해 이득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임금이 오르면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가능성이 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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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