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강남역 10번 출구 자유발언대' 페이지 폐쇄 경고... 또다시 '블루 일베' 논란

김서영 기자

강남역 인근 20대 여성 살인 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여성들의 발언을 옮긴 페이스북 페이지가 임시 폐쇄됐다.

30일 페이스북 페이지 ‘강남역 10번 출구’ 운영자는 “함께 관리하던 ‘강남역 10번 출구 자유발언대(자유발언대)’ 페이지가 ‘페이스북 정책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삭제됐다”고 알렸다. ‘자유발언대’ 페이지는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진행된 추모 문화제를 비롯해 전국의 추모제에 참가한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경험, 여성혐오 피해 경험 등을 업로드하던 추모 페이지다.

페이스북, '강남역 10번 출구 자유발언대' 페이지 폐쇄 경고... 또다시 '블루 일베' 논란

해당 페이지 관리자는 “강남역 10번출구 사건 이후, 여성들은 사적인 영역으로 치부되어왔던 여성들의 일상적인 성폭력과 혐오, 멸시의 문제들을 증언하기 시작했다. 여성들의 삶에 대한 증언이 페이스북에는 ‘정책에 어긋나’는 것인가”라며 “페이지를 없앤다고 해도, 여성들의 삶에 대한 증언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자는 또한 “여성들이 삶에서 겪는 억압이 이제 공적인 문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더이상 나 혼자 참고 견뎌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간 나온 소중한 증언들은 따로 아카이빙 해서 유실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자유발언대’ 페이지는 삭제가 아닌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강남역 10번 출구’ 운영자 이지원씨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는 페이지가 삭제되는 걸 원치 않으면 임시로 비공개로 전환해서 문제가 되는 게시물을 운영자가 알아서 삭제하라는 페이스북의 조치에 따른 것”이라며 “참여자들이 그동안 올려준 소중한 자료가 유실되지 않도록 게시물을 따로 추리고 있지만 완전히 저장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추측건대 ‘남혐(남성혐오)’이란 취지로 신고나 모니터링이 들어간 것 같다. 문제가 되는 부분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추모제에 참여한 여성들의 사진을 공공연히 올리며 댓글로 욕설과 비방을 일삼는 여성혐오적인 ‘김치녀’ 페이지 등은 그대로 놔두면서 추모를 위한 페이지를 삭제하는 취지가 이해 안 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그간 ‘여혐(여성혐오)’엔 관대한 반면 페미니즘적인 콘텐츠와 이를 게시하는 사용자는 규제한다는 비판에 처해왔다. 이 때문에 ‘블루일베(페이스북의 상징 파란색+일베)’란 오명도 썼다.

▶관련 기사- 페이스북과 '블루 일베'일례로 페이스북 페이지 ‘바람계곡의 페미니즘’은 지난 25일 “운영진 중 한 명의 계정을 페이스북코리아가 영구 정지시켰다. 나머지 운영자들도, 이 페이지조차 안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페이지는 온건하고 다소 학술적인 페미니즘 콘텐츠를 싣는다. 이 밖에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는 페이지 자체가 여러차례 삭제돼 현재 네번째 페이지가 운영 중이다.

이는 15만명이 구독 중인 ‘김치녀’, 5만명이 구독하는 ‘김치녀 시즌2’ 등의 페이지가 삭제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이들 페이지는 방송 등에 출연한 여성의 얼굴 사진을 그대로 캡쳐해 올려 ‘조리돌림(온라인상 마녀사냥)’하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게시해왔다.

페이스북은 ‘커뮤니티 규정’에서 콘텐츠 삭제 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개인에 대해 신체적인 위해를 가하는 내용의 명백한 위협을 담은 콘텐츠, 개인의 신원을 드러내거나 수치심을 주는 페이지, 개인을 모욕하기 위해 변경된 이미지,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주기 위해 물리적 괴롭힘에 대한 사진 또는 동영상을 게시한 경우, 앙갚음을 목적으로 공유한 이미지 또는 이미지 속 인물의 허락 없이 공유한 사진 등이 조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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