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정부 100대 과제… ‘공약 강박증’ 떨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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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국가비전으로 내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등 5대 목표 아래 20대 전략, 100대 국정과제, 487개 실천과제를 담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마련한 새 정부 국정 청사진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이지만 현실적 여건에 맞춰 수정한 몇몇 대목이 눈에 띈다.

5개년 계획은 ‘적폐청산’을 최우선 순위에 놓는 등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과 대동소이하다. 다만 가칭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던 당초 공약 대신 부처별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는 것으로 수정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단계적 폐지로 완화했다. 통신비 기본료 일괄 폐지 공약에서도 한발 물러섰다.

특히 문 대통령은 어제 발표 직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점을 ‘임기 내’에서 ‘조속히’로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전작권 전환 시점은 이미 두 차례나 연기돼 2020년대 중반 이후로 잡혀 있다. 그것도 한반도 불안정 요소 해소와 한국군의 준비 능력 확보라는 선결조건이 붙어 있다. 북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는 엄중한 안보 현실을 고려해 그 시기를 못 박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태도로 보인다.

5개년 계획은 경제·복지 분야에서 서민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복지를 확대하는 등 형평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각종 지원과 복지 확대의 밑바탕이 될 새로운 성장동력은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기초·장애인연금 인상과 0∼5세 아동수당 등 복지에만 2022년까지 77조4000억 원이 드는 등 총 178조 원짜리 가계부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가계부 규모(135조 원)보다 43조 원이나 많다. 세입 확충과 세출 절감이라는 말로 논란을 피하고 있지만 증세 없이는 정책 추진이 어렵다. 오늘부터 이틀간 국정운영계획을 뒷받침할 국가재정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라지만 순서가 뒤바뀌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갓 출범한 정부가 선거 때 제시한 공약을 당장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 대통령도 “스스로 말에 강박관념을 갖는 사람”이라며 약속 이행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역대 정부와 달리 당선 즉시 실전 국정운영에 뛰어들어 70일의 체험학습을 거친 문 대통령이다. 이번에 일부 조정을 했지만 목표만을 의식한 무리한 추진은 엄청난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현실적 여건과 실현 가능성을 토대로 목표와 방향을 조정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국정 성공을 위한 길이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새 정부 100대 과제#적폐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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