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인권 침해 과거사 조사, 경찰개혁의 출발점 되기를

경찰이 독립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등 경찰의 과거 인권 침해 사건을 조사하기로 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것을 이철성 경찰청장이 수용한 결과다. 변화와 개혁의 출발은 자기 반성이다. 경찰개혁 역시 통렬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경찰의 최우선 과제는 시민과 약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부패 권력에 부역했던 과거와의 단절이다.

경찰 과오를 조사하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생명은 객관성과 독립성이다. 경찰이 진상조사위 위원의 3분의 2 이상을 외부 인사로 충원하고, 조사 대상 사건 선정 권한까지 진상조사위에 일임한 것은 당연하다. 진상조사위는 백남기 농민 사건,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파업농성 진압,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 진압, 경남 밀양 송전탑 농성 진압 같은 시국 사건 외에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수원 노숙녀 살인 사건처럼 경찰의 수사 잘못으로 엉뚱한 사람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사건도 파헤칠 계획이라고 한다. 경찰의 과거사 조사는 미래 지향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명백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경찰개혁위는 수사 부문에서 조사 대상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각종 개선안도 권고했고, 경찰은 이 역시 받아들였다. 조사 중에도 변호인이 피의자에게 조언할 수 있게 허용하는 등 변호인 참여권을 실질화하는 방안은 경찰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논란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경찰의 신뢰도를 향상시킬 것이다. 영상녹화 범죄 대상을 확대하고, 경찰의 장기 기획 수사로 인한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방안도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열 명의 도둑을 잡는 것 못지않게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검찰 권한의 일부를 경찰에 넘겨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경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경찰에 그만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로 인권 친화적인 경찰을 언급했다. 경찰의 과거사 반성이 경찰개혁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권 등을 얻을 요량으로 반성과 개혁 ‘쇼’를 하는 것이라면 거센 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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