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업무추진비 95% 사용…술값을 밥값으로 결제도
28년간 감사 사각지대에 표준안 등 견제장치 필요

포천시의회가 시민 혈세 대부분을 밥 먹는데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들의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해 아무런 견제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서다.
여기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업무추진비에 대한 표준안과 재무감사를 권고했지만 포천시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22일 시와 의회에 따르면 올해 의회 의장단에 편성된 업무추진비는 7303만6000원이다.

의장 3420만원, 부의장 1740만원, 운영위원장 1320만원, 특별위원장 823만6000원 순이다.

최근 5년간 업무추진비 사용을 보면 2015년 5736만8650원, 2016년 5502만6510원, 2017년 5403만8500원, 2018년 6007만4670원이다. 남은 5388만9670원은 모두 반납했다.

그러나 올해는 가장 많은 업무추진비를 지출했다. 지난 18일 기준으로 의장은 3134만9960원, 부의장 1700만8210원, 운영위원장 1282만9190원, 특별위원장 707만9250원 등 6826만6610원을 사용했다. 현재 476만9390원이 남았다.

이중 의장, 부의장, 운영위원장이 쓴 비용은 총 6118만7360원으로 남은 돈은 361만2640원이다. 사용 명세를 보면 95%인 5607만7360원을 밥값으로 썼다. 한 끼 식사비로 20만원을 넘긴 사례도 88건이다.

식당은 한우, 일식, 한정식, 장어전문점 등 모두 지역에선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시민들의 소중한 혈세를 밥값으로 사용한 셈이다.

업무추진비는 주말과 공휴일을 가리지 않고 저녁 시간대 자주 이용했다. 이러면서 술도 곁들였다. 술값은 인원을 부풀려 식사한 것처럼 편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실제 카드 사용이 제한된 주말과 공휴일에 21건으로 223만9590원을 결제했다.

오후 6시를 넘긴 저녁 시간대엔 182건에 3378만7300원을 사용했다. 저녁 시간대에 업무추진비의 43%를 밥값으로 쓴 셈이다.

여기에 더해 제4대 의원 중 A의원은 식당에서 카드깡까지 한 사실이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는 의회에 대해 감사를 하지 않았다. 1991년 의회가 개원한 이래 무려 28년 동안 견제 장치가 없었다.

의회는 공공 감사에 관한 법률, 지방자치법, 감사원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자체 감사를 실시하거나 외부감사를 받도록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의회는 감사의 사각지대로 방치돼왔다. 국민권익위는 2013년 지방의원들이 지켜야 할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규칙' 표준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6월엔 '지방의회 예산집행의 사후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해 재무감사 등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도록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했다.

식당의 한 관계자는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신다. 술값은 결제가 안 돼 밥값으로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주민 정모(52)씨는 "집행부를 잘 감시하고 견제하라고 뽑아 줬는데, 본연의 역할은 망각한 채 시민 혈세인 공적 비용을 펑펑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회 관계자는 "저녁 시간에 민원인을 만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업무추진비 사용 명세에 대해선 정보공개 청구하면 공개 여부를 확인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양주시의회는 의장과 부의장만 업무추진비가 있다.

/포천=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