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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1만5000원, 칼국수 1만원 시대…"지갑 꺼내기가 무섭다"

이상현 기자
입력 : 
2022-02-10 21:25:18
수정 : 
2022-02-11 07: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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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물가 오르자 소비자물가도 상승세
식음료 기업과 자영업자 모두 가격 인상
정부 "물가 안정, 1분기 가장 중요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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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지수 상승률은 5.5%를 기록했다. 2009년 2월 5.6% 이래 1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폭으로 올랐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4개월째 3%대 소비자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지역 유명 음식점들이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식품업계가 식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으로 가격 조정에 나서자 그 영향력이 식당가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10일 서울의 유명 칼국수 전문점 명동교자에 따르면 지난 1966년 문을 연 이 식당은 이달 1일부터 모든 메뉴의 가격을 1000원 인상했다. 칼국수와 비빔국수 가격은 1만원, 만두와 콩국수 가격은 1만1000원으로 각각 조정했다.

6년여간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빕 구르망'에 선정될 만큼 인기 식당이지만, 물가 상승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식당 측은 "최근 원재료 및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이달 1일부터 모든 메뉴 가격을 1000원 인상하게 됐다"고 안내했다.

칼국수뿐만이 아니다. 서울의 '6대 냉면집'으로 꼽히는 필동면옥과 을지면옥, 봉피양도 최근 가격을 인상했다. 필동면옥과 을지면옥은 1만2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봉피양은 1만4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각각 소비자가를 올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5.5%를 기록했다. 지난 2009년 2월 5.6%로 집계된 이래 1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른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39개 외식 품목 물가가 1년 전보다 모두 올랐다. 품목별 상승률은 ▲갈비탕 11.0% ▲생선회 9.4% ▲소고기 8.0% ▲김밥 7.7% ▲햄버거 7.6% ▲설렁탕 7.5% ▲라면 7.0% ▲짜장면 6.9% ▲치킨 6.3% ▲삼겹살 5.9% ▲돈가스 5.7% ▲커피 1.6%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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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물가 상승이 잇따르고 있는 건 앞서 식품업계 전반으로 생산자물가 상승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작년도 연간 생산자물가지수는 109.60(지난 2015년 100기준)이다. 1년 전보다 6.4% 상승했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도매 물가를 의미한다. 대개 생산자물가지수가 오르면 한 달 정도 뒤 소비자물가가 덩달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자영업자들보다 사업 규모가 큰 식음료 기업들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소비자물가 인상에 들어갔다. 삼양식품과 오뚜기, 롯데제과, 해태제과, 교촌치킨,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피자스쿨, bhc치킨, 버거킹, CJ제일제당, 대상 등이 모두 가격을 인상했다.

주류시장에서도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전통주와 맥주 가격이 상승세이고, 최근에는 소줏값 인상까지 불거지고 있다. 대한주정판매가 이달 들어 주정 가격을 평균 7.8% 인상한 까닭이다. 여기에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식당 소주 가격은 1000원가량 인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식음료 물가가 연일 오르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한 30대 소비자는 "올라간 가격이 다시 내려올 일은 없을 거고 결국은 서민들만 계속 어려워지는 것 아니겠느냐"며 "요즘을 지갑을 꺼내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물가 상승세를 고려해 주요 품목별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공급측 요인에 내수 회복 등 수요 견인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물가 상방 압력이 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 부총리는 "농축수산물은 최근 가격 상승, 수급 불안 품목을 중심으로 지난 1월 설 성수품에 대한 방출 확대 등 수급 대응처럼 집중적으로 품목별 대응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국내 물가 안정과 경제 리스크 관리가 1분기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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