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 시달리면서도 탈북민이 보낸 돈 거부한 北 가족…왜?

보위부 감시에 두려움 떠는 탈북민 가족들…송금 브로커가 여러번 찾아갔지만 끝내 돈 안 받아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평안북도 국경지역.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한 탈북민 가족이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이 보낸 돈을 거부하는 일이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보위부의 감시와 단속에 대한 두려움에 돈을 받지 않은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에 “이달 중순 신의주시에 사는 이모 씨가 남조선(남한)에 정착한 가족이 보낸 돈을 받지 않겠다고 완강하게 거부하는 일이 있었다”면서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보위부의 처벌을 받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돈 이관을 전문으로 하는 한 송금 브로커는 현재 북한에 사는 가족에게 돈을 전해달라는 탈북민의 부탁을 받아 이 씨의 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이 씨는 송금 브로커에게서 돈을 전달받기를 강하게 거부했다고 한다.

송금 브로커는 다음날 또다시 이 씨의 집을 찾아갔지만, 역시 돈을 전달해주지 못했다. 이 씨는 송금 브로커에게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면서 “나한테는 그런(탈북한) 가족이 없다”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이에 송금 브로커는 다른 가족에게 돈을 전달해주려 했으나 다른 가족도 “지금 쌀 사 먹을 돈도 없을 정도로 생활이 정말 어렵지만, 지난번에 돈을 받은 후 한 푼 써보지도 못하고 가족(이 씨)이 보위부에 불려가 4개월간 감금돼 있다 풀려났다”며 돈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가족이 보위부에 끌려가 얼마나 혼났는지 얼굴에서 웃음을 찾아볼 수도 없다”면서 “보위부에서 당한 폭행으로 아직도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이 씨는 지난 3월 송금 브로커로부터 탈북한 가족이 보내온 돈 1만 5000위안(한화 약 280만원)을 받았는데, 5분도 채 안 돼 보위원들이 집에 들이닥쳐 돈을 빼앗고 그를 붙잡아 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씨는 보위부에 끌려가 “남조선에서 보내온 돈을 받고 그냥 숨기려고 했느냐”며 강하게 추궁을 받고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이후 이 씨는 4개월만인 지난 7월 말에 풀려났으나 심한 충격에 이후 집 밖에도 나가지 않고 칩거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를 비롯한 가족들은 경제난과 식량난에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 같은 상황에 한국에 있는 탈북민이 보낸 돈을 끝내 받지 않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특히 송금 브로커는 탈북민에게 수고비라도 받으려 북에 있는 가족의 목소리라도 녹음하려 했으나 이 씨 가족은 그마저도 거부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보위원들도 생활 형편이 어렵다 보니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주머니를 채우려 (감시의) 눈을 부릅뜨고 있다”면서 “보위원들의 감시 속에 사는 주민들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우면 굶주림에 시달리면서도 코앞에까지 가져다주는 돈을 받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막히면서 밀수꾼들의 뒤를 봐주고 돈을 챙겨왔던 보위원들의 돈벌이 길이 막히자 요즘에는 보위원들이 탈북민 가족이나 송금 브로커 등 돈 나올 수 있는 이들에 대해 전보다 더 심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