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아이폰’ 국내 통신시장 변혁 몰고오나

입력
수정2009.11.25. 오전 1:01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ㆍ무선 인터넷 활성화로 비싼 데이터 요금 등 폐쇄적 풍토 변화 예상

작고 ‘평범한’ 스마트폰 하나에 한국 통신시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기득권에 안주해온 통신사와 제조사들은 ‘흙탕물 흐려놓는 미꾸라지’ 정도로 치부해왔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려놓기엔 늦었다.

주인공은 무게 135g에 두께 12.3㎜짜리 애플 ‘아이폰’이다. 3.5인치 화면으로 그리 크지도 않고 최첨단이라는 아몰레드(AM OLED) 화면도 아니지만 파괴력은 컸다.

아이폰을 파는 KT는 아직 공식 판매도 안 된 상황에서 24일 오전 2만7000대의 예약판매 실적을 올렸다.

1년 전부터 아이폰이 나오기를 기다려온 마니아들이 있긴 하지만 당장은 기대치 이상이다. KT가 올해 가장 많이 판 삼성전자의 SPH W5000 모델이 하루 평균 2200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선전하는 셈이다. 이른바 ‘다음달 폰’이란 우스갯소리를 들을 만큼 판매가 늦어지면서 대기수요를 폭발시킨 상술도 한몫했다. 그러나 ‘아이폰 열풍’은 일부 통신사와 제조사들이 독과점해온 왜곡된 내수시장에 대한 반발이라는 평가가 대세를 이룬다.

아이폰에 열광케 한 상징적인 기능은 무선랜인 ‘와이파이(Wi-Fi)’다. 그동안 SK텔레콤·KT·LG텔레콤은 데이터 접속료 수익 올리기에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자사 3G망을 통한 인터넷 접속으로 벌어들이는 데이터 통신 수익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LG전자도 통신사와 함께 수출용에 있는 와이파이 기능을 뺀 제품을 내놓아 비판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옴니아는 기능면에서는 아이폰보다 나은 면도 많지만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아이폰 판매를 계기로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내년 상반기 안에 무선랜이 가능한 일반 휴대전화를 선보이기로 한 것도 ‘뒷북’ 성격이 강하다. 아이폰이 도입되고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될수록 스마트폰은 물론 일반 휴대전화에도 무선랜은 대세로 굳어질 공산이 크다.


이통사들의 폐쇄적인 데이터 통신 전략을 수수방관해온 정부도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달 초 “무선인터넷 개방은 대세”라며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데이터요금 인하 요구에도 꿈쩍 않던 이통사들이 요금인하 경쟁에 나선 것도 아이폰의 영향이 크다.

LG텔레콤은 아이폰의 도입이 가시화된 지난해 4월 컴퓨터 화면에서처럼 인터넷을 할 수 있는 풀브라우징 3G 무선인터넷 서비스 ‘오즈(OZ)’를 내놓았다. 1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월 정액 6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일반 데이터 요금제로는 100만원에 달하는 용량이라는 점에서 와이파이에 대응하는 파격적인 요금 할인이다.

정보기술(IT) 업계는 물론 그동안 스마트폰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유통·금융업계도 아이폰 열풍에 휩싸였다. 네이버와 다음은 아이폰에서 쓸 수 있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포털뿐 아니라 온라인 오픈마켓 1위인 G마켓도 아이폰에 최적화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다음달부터 모바일 쇼핑이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금융권은 스마트폰 이용자를 위한 모바일뱅킹 서비스 준비에 한창이다. 우리·국민은행과 농협 등 17개 금융권으로 구성된 모바일금융협의회는 이달 말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뱅킹 서비스 공동 표준안을 마련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들떠 있던 국내 IT 업계의 ‘쇄국정책’이 아이폰 하나에 모두 무너졌다”면서 “진작 국내 통신사와 기기 제조사들이 준비했어야 하지만 아이폰을 계기로 뒤늦게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

[관련기사]

▶ 아이폰, 배터리 분리충전 안되고 AS 어려워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IT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