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국가관·정신교육 강화”…5공 회귀하나 논란

정유진기자

교육과학기술부가 입시위주 교육에 찌든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시민의식과 가치관을 심어주겠다며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학생 자치활동을 강화하고 정부 부처별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을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시키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는 발상은 ‘민주시민 교육’에 오히려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게다가 청소년의 국가정체성 강화를 위해 학교 행사에 태극기와 애국가를 강조하겠다는 발상은 5공시대에나 나올 법한 것으로 요즘 청소년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교과부 이주호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입시위주 교육 등에 따른 청소년의 개인주의 성향을 극복하고 정의로운 가치관을 지닌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이번 방안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또 “국론분열과 이념·세대 갈등을 극복하고, 독도문제 등 주변국과의 역사분쟁 심화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역사 및 국가정체성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 대표가 참여해 발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 하는 한편 졸업식과 입학식 등 주요 학교 행사를 학생들이 직접 기획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교과별로 토론학습을 확대해 참여·토론문화를 함양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2009년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민주시민 교육 부분을 담당하는 사회·역사·도덕과목이 대폭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같은 방침이 어떤 효과를 거둘지 실효성이 의심된다.

전국사회교과모임 회장인 고대부고 신성호 교사는 “국·영·수 중심의 입시 위주 교육이 무겁게 짓누르는 상황에서 한달에 몇시간 안되는 동아리 활동으로 민주의식을 얼마나 함양시킬 수 있는지 의심된다”면서 “심지어 역사과목을 축소시키는 정부가 직접 역사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나서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범정부협의체를 만들어 각 부처가 직접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는 발상은 더욱 큰 우려를 자아낸다.

예를 들어 법무부는 준법정신 함양 프로그램을, 국방부는 안보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국가보훈처는 ‘나라사랑 실천학교’를 지정해 각종 학교 행사나 교육과정에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 등 국가 상징을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가 필요하다고 신청할 경우에만 해당 학교에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최근 천안함 사태 때의 안보교육이 물의를 일으켰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파행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에 따라 ‘민주시민 교육’이 무엇인지 정의부터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희대 도정일 명예교수는 “시민교육의 핵심가치는 ‘다양성’과 ‘비판성’인데, 정부가 나서 국가정체성 강화 교육을 강조하고 각 부처가 교육프로그램을 짜서 보급한다는 것은 청소년들의 비판의식을 약화시켜 길들이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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