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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29일 오전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조성에 관한 양심고백 내용을 발표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29일 오전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조성에 관한 양심고백 내용을 발표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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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임원 명의로 수조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충격적인 폭로의 주인공은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49·사시 25회) 변호사였다.

김 변호사는 29일 오전 제기동성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날 회견을 주도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오늘 기자회견은 사제단의 기자회견이기 때문에 김 변호사가 올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시사주간지 <시사IN>(7호)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공범"이라며 "깊이 뉘우치고 구속될 각오가 돼 있다"고 '양심고백'의 심경을 토로했다.

"삼성은 나를 미치광이로 몰아가고 있다"

김 변호사는 "(삼성은 나에게) 언론을 다 막았으니 해봐야 소용없다고 한다"며 "유언비어와 협박으로 나를 미치광이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미친 놈의 망상이라고 보기에는 7년 동안 경험한 게 너무 많다"고 일축했다.

그는 "내가 삼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다는데 검찰과 청와대에서 더 설치고 나선다"며 "모든 권력기관이 경제권력 삼성의 눈치를 봐야 하는 선까지 온 것"이라고 '삼성의 권력화'를 꼬집었다.

또한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삼성의 숙원사업을 정책으로 들고 나와 떠든다"며 최근 '금산분리 폐지'를 주장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삼성의 공이 크기 때문에 욕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국가기관을 능멸하는 구조본과 이건희 회장의 행위는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삼성은 죽음을 감수하고도 싸울 만한 가치가 있는 거악"이라며 "내가 이 사회에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양심고백'에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에버랜드 편법 증여와 관련해 검찰이 이 사건을 기소하지 않도록 막는 게 내 임무였다"고 말한 뒤 "아무래도 내가 검찰 출신이니 검찰 내 인사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였다"며 "이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삼성을 그만둔 이유와 관련해서 그는 "이건희 회장을 신격화하는 사이비종교 같은 사내 분위기는 참기 힘들었다"며 "똑똑한 사람들이 바보 노릇을 하게 만드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의 어록과 지시사항은 사내에서는 헌법과 같다"며 "삼성의 실체를 깨닫고 양심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노조분쇄팀 거부하자 법무로 발령... 삼성 간 것은 가장 큰 실수"

김 변호사는 사시 25회 출신으로 1989년 인천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한 이후 부산지검 특수부와 서울지검 특수부를 거쳤다. 하지만 1997년 8월 삼성으로 자리를 옮겨 구조본의 재무팀과 법무팀에서 7년간 일했다.

그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변호사 업무를 안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삼성에 입사했다"며 "그런데 삼성에 들어간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실수"라고 고백했다. 그는 "아무 것도 모르고 용궁 갔다가 몸 버리고 나왔다"고도 했다.

그는 "수습기간인 인문교육이 끝나자 노조 분쇄팀에서 일하라고 하자 '검찰에서도 공안부에는 안 갔다'고 버텼는데, 법무 일을 보는 파트로 발령났다"며 "삼성이 바로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변호사는 "그 당시 삼성이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 보니 소송이 많이 걸리자 나를 쓸 데가 생겼다"며 "당연히 조직에서 인정받아 한 때 삼성에서 1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태그:#김용철, #삼성 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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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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