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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핵발전소 사고들이 은폐되고, 4대강에서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죽어 떠오르고, 화학물질 관리 부실로 산모와 아이들이 죽음을 당하고, 가축과 동물들이 살처분 당하고 있습니다. 생태의 민주화가 가능해야 경제의 민주화도 가능합니다. 지난 정부의 환경정책을 검증하고 새로운 복원과 치유에 대해 논의할 때입니다. 범 환경진영은 새로운 5년이 생태적 치유와 복원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이를 제안하는 글을 10여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대통령 선거가 이제 16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다른 어느 때보다 정책 토론이 실종돼 있다.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 TV 토론은 기껏해야 3번 정도밖에 예상할 수 없다고 하는데 반론과 질문이 없는 토론이 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두 유력한 후보가 경합 중인데 복지정책이나 일자리 정책, 경제민주화 정책 등 겉보기로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양쪽 캠프에서는 서로 과거에 대한 공격뿐이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명백히 다른 정책 중 하나가 핵발전소, 원전에 대한 입장이다. 전국 76개 환경, 시민사회, 노동, 생협, 종교 단체로 구성된 '핵없는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지난 10월 30일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캠프에 핵에너지와 에너지정책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전달했다.

문재인, 안철수 캠프는 이미 '신규원전 중단, 노후 원전 폐쇄' 입장을 밝혔다. 탈원전 사회로 가기 위한 수요관리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도 밝히면서 예산과 제도 등의 구체적인 지원책까지 밝혔다.

새누리당은 원전 찬성, 박근혜 후보는?

 11월 27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지자를 향해 두손을 들어보이고 있다(자료사진).
ⓒ 유성호

하지만 박근혜 캠프는 환경정책학회 등이 주최한 '대선 후보들의 환경 에너지 정책' 토론회에서도, 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대선환경정책 토론회'에서도 에너지 및 환경정책에 대해 백지를 제출했다. 핵없는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 제출한 질의서에 대해서도 한 달이 넘은 지금껏 공식입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후보가 어떤 입장인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그가 대표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입장은 명확하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당의 상징인 비례대표 1번은 원자력연구원 출신인 '민병주'를 선출했다. 민병주 의원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한국수력원자력(주)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변호하기에 바빴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오른쪽)과 민병주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서 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이 요청한 핵발전 및 에너지 정책에 대한 질의서에서 공식적으로 답변을 거부했으며 정책 토론회도 거부했다. 그리고 발간된 중앙 공약집에는 에너지 정책이 아예 빠졌다. 지역 공약집에서는 '현실적으로 기름과 가스가 나지 않는 나라에서 원자력은 필수 불가결한 에너지원입니다. 국내 원전의 절반이 위치한 경북에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수출산업화를 위한 원자력 기반 연구·산업벨트를 조성하겠습니다'라면서 노골적인 핵발전 확대 정책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는 무응답이다. 환경과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정책이 이미 한 달 전 후보에게 전달됐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후보가 직접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공식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원자력 발전소 증설은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문재인 후보는 '반대'라고 했지만 박근혜 후보는 '조건부 반대'라고 했다.

'조건부 반대'는 핵발전의 안전관리를 강조하면서 증설에는 신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원자력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안전성'을 높이되 '신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설득하겠다는 얘기다. 원자력 마피아(정치, 경제, 언론, 학계 등 원자력 이익집단)들의 주장과 같다.

원자력마피아도 새롭게 원전을 추가 건설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어떨 때는 원전이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될 것이라고도  말한다. 100년 후쯤 말이다. 지금은 재생가능에너지도 부족하고 화석연료도 없으므로 원전이 당분간 전력공급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가 확보될 때까지 원전을 늘려야 한다는 '조건부 반대'를 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들의 로드맵에서 재생가능에너지는 언제나 부족하다.

무너진 원전 안전신화, 한국이 위기다

 세계에너지원별 연간 성장률.
ⓒ 지구환경보고서 월드워치연구소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재생가능에너지가 확대되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계적으로 바이오,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가능에너지가 20~50%를 넘는 연간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서 계획한 연간 8.7% 성장률도 언감생심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이 중단된 이후로 태양광 산업계에 찬물이 끼얹어진 상황이다. 관련 예산 투여도 G20 국가 중에 15위로 인도네시아의 1/3수준, 4천억 원 정도다. 반면에 원전 증설을 위해서만 2024년까지 33조 이상 투여될 계획이다. 세계는 2010년 한 해만 재생가능에너지에 211조 원을 투자했다.

 세계 가동 중인 원전 현황(2012. 12. 3일 현재)
ⓒ IAEA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세계는 원전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진실을 목도했다. 핵연료 피복관, 원자로용기, 격납건물까지 5중 방호벽, 다중성, 다양성, 독립성 등의 안전장치는 무용지물이었음을 확인했다. 더 이상 백만년이나 천만년에 한 번 노심 용융(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사고)이 일어날 것이라는 확률을 바탕으로 한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가 의미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원자력 안전신화는 무너졌다.

최근 드러난 우리나라 핵발전 산업계에 만연한 비밀과 폐쇄주의, 비리, 안전불감증과 더불어 불량부품 공급 사태는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게다가 고리 1호기 정전 은폐사고나 10년간 품질검증서 위조 부품 사용, 영광 3호기 원자로 헤드 관통관 균열 등 일련의 안전사고를 보고 있자면, 핵발전소 안전을 책임지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존재하는 지 의문스러울 지경이다.

역사적으로 원전가동 수가 많았던 나라들이 대규모 원전 사고를 일으켰다. 미국(104기), 구소련(66기), 일본(54기)에서 차례대로 사고가 발생했다. 이제, 프랑스(58기)와 우리나라(23기)가 남았는데 프랑스는 2025년까지 24기를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는 2024년까지 노후원전 폐쇄계획은 없고 11기를 추가로 더 건설 가동할 예정이다.

대형사고에는 불량부품, 안전불감증의 가동문화 그리고 자연재해의 3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다행히 자연재해가 비껴갔다. 앞으로도 그럴 보장이 있을까?

원전 안전에 대해서는 회복할 '신뢰'가 없다. 원전은 그 자체가 매우 위험한 기술이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폐쇄해야 한다. 원전 증설에 '신중'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에 비해 전기소비량이 매우 높은 이유는, 공기업인 한전이 한 해 수조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원가 이하로 산업계에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중국보다도 30~40% 싼 산업계 전기요금 체계 때문에 전기를 많이 쓰는 해외 공장들이 우리나라에 자리잡고 있다.

핵발전소 줄이면 전기요금 올라간다고 원자력 마피아들은 협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계의 전기 과소비가 도를 넘었다. 유리로 고층 건물 세워서 전기로 냉난방하면서 대낮에도 불을 켜 놓고 있는 상업 건물들의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 이들이 쓰는 전기가 전체 수요량의 80%가량인데 요금은 일반 가정 전기요금의 2/3정도로 싸다. 누진율도 없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이들의 영업 이익을 보장해주는 꼴이다. 전기요금에 시장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기가 부족해도 전기요금은 똑같다. 그러니 전력이 부족한 시기에 전기소비가 분산되지 못한다.

우리나라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적 잠재량 높아

핵발전소 발전단가가 싼 이유는 핵발전소 폐로비용, 핵폐기물 처분비용, 원전 사고 비용을 미래세대에 전가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안전을 담보로 높은 가동률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세계에서 가장 혹사당하고 있다.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다.

우리나라의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적 잠재량은 매우 높다. 기술적 잠재량은 현재 기술로, 기기의 효율까지 고려한 양이다. 현재 태양광에너지의 기술적 잠재량은 2030년 최종 에너지 사용량의 세 배가량 된다. 효율이 계속 개선되고 있어서 현재 우리가 쓰는 전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면적도 작년에는 6.7% 였는데 올해는 4.5%이면 된다. 3면이 바다라서 풍력 자원도 풍부하다.

자, 박근혜 후보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원자력 마피아와 같은 입장인가? 아니면 원전 증설 중단하고 노후 원전 폐쇄하는 탈핵·탈원전 쪽인가.

☞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http://www.vote4green.org/) 사이트 바로가기


태그:#탈핵, #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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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전'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월성원전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위원. 대한민국의 원전제로 석탄제로,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기자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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