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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와 일본 시민단체 피스보트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아시아 민간교류 프로그램, 피스앤 그린보트가 11월 20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다. 한국측 300명, 일본측 300명이 함께 크루즈를 타고 아시아 주요 지역을 방문하는 피스앤 그린보트는 참가자들이 평화의 소중함을 재확인하고 환경친화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와 함께 '2008 피스&그린보트'를 테마로 다양한 기획보도를 연재한다. [편집자말]
어차피 국경을 반드시 넘어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 '평화와 환경' 문제가 대표적이다. 계속 으르렁거리는 상대방에게 혼자 외치는 '평화'는 '나 잡아 잡수'다. 우리 땅에 백날 나무를 심어봤자, 국경 없는 황사까지 막을 수는 없다. '소통'의 필요성은 그래서 제기된다.

어차피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하늘이나 땅 또는 바다를 지나야 한다. 여기에 주로 이용되는 교통수단들 중 배는 아주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차선 제한'이 없으니, 버스 백 대 크기라도 무방하다. 그만큼 보행의 자유에 유독 관대하다. '속도 제한'이 있으니, 남는 시간에 뭔가 해야 하고 그 선택의 폭 역시 상대적으로 넓게 마련이다.

그만큼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을 건넬 경우의 수가 많아진다. 국적을 잠시 떼고 서로 소통할 확률 또한 대폭 상승한다. 한국인과 일본인 600명이 크루즈급 여객선을 타고 아시아 주요 지역을 돌아보는 피스 앤 그린 보트(Peace & Green Boat)가 '평화와 환경'을 주제로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자리잡은 바탕이다.

크루즈급 여객선 후지마루호
 크루즈급 여객선 후지마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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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층 건물 크기 크루즈호 '후지마루' 타고 네번째 출항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와 일본 시민단체 피스보트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아시아 민간교류 프로그램, 피스앤 그린보트가 올해로 네 번째 출항을 앞두고 있다. 2008 피스 앤 그린 보트는 11월 20일 인천을 출발하여 오사카, 교토, 고베, 이시가키(오키나와), 기륭(대만)을 거쳐 27일 부산으로 돌아오게 된다.

피스보트는 일본의 군사적 침략에 관한 일본 정부의 역사 교과서 검열에 분개한 일본 학생들이 1983년 설립한 시민단체. 또 일본의 침략 사례를 직접 체험하고 반성하자는 취지로 크루즈급 여객선을 타고 백일 동안 세계를 일주하는 프로그램 이름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독도 문제가 한일 양국 사이에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일본인들과의 만남이 더욱 주목된다. 환경재단이 2007년에 발행한 <피스&그린보트 세 번째 이야기, 즐거운 여행>에 수록된 참가자들의 '항해일지'를 통해 '2008 피스앤 그린보트'를 미리 구경해 본다.

아름다운 쿠시로 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2007 피스&그린보트 참가자들
 아름다운 쿠시로 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2007 피스&그린보트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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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그로브 숲과 산호촌, 모래별 해변 등 기항

"우리가 타고 가는 배의 이름은 후지마루인데, 후지마루는 말끔한 새 배는 아니지만 대체로 깨끗하며 지상 8층, 지하 2층 구조로 식당, 강당, 살롱, 도서실은 물론 헬스장부터 바다가 훤히 보이는 목욕탕과 수영장까지, 육지의 것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 없는 게 없습니다." (노양환, 2007 참가자)

올해 '피스앤 그린보트' 참가자들 역시 '40층 건물을 눕혀 놓은 크기'의 크루즈급 여객선을 타고 아시아 주요 지역을 방문하게 된다. 여기서 '주요 지역'이란 '환경, 평화 또는 역사'란 코드를 갖고 있는 곳들을 의미한다. 참가자들은 기항지 각각의 코드를 자신의 몸에 자연스레 이식시킨다. 작년 참가자 중학생 이한솔군이 캄차카 반도 화산에서 느낀 소감이 그 중 한 예다.

"헬기 뒤편으로 점점 멀어지는 화산을 보면서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감상들이 떠올랐다. 난생 처음 본 화산은 너무도 신비롭고 멋있었다. 두 발로 화산을 밟고, 두 손으로 만지고, 화산이 살아서 내는 소리를 직접 듣고, 매캐한 유황 냄새를 직접 맡아보면서 화산이란 것을 온 몸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올해 주요 기항지는 고베, 이시가키(오키나와), 기륭(대만). 참가자들은 특히 오키나와 이리오모테섬의 맹그로브 숲과 시라호 산호촌에서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래별 해변으로 유명한 다케토미섬은 자전거로 돌아볼 예정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증언과 이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 2005 피스&그린보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증언과 이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 2005 피스&그린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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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울었다, 막 태어난 갓난아기처럼 울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각인할 수 있다면, 평화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것은 역사의 숨결을 통해서다. 사할린 한인들에게 평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는 일본 힙합그룹 KP의 한 멤버는 일본에 의해 강제로 이주 당한 사람들의 '오늘'과 마주한 2007년의 충격을 이렇게 전했다.

"한복을 입은 슬라브계 외모의 소녀들을 본 순간,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아무리 숨을 내뱉으려 해도 나오는 것은 양동이로 퍼붓는 듯한 눈물이었다. 완전히 용량 초과였다. 작은 컵으로 나이아가라 폭포를 받아내려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울었다. 아이처럼 울었다. 막 태어난 갓난아기처럼 울었다. 울고 울어서 겨우 호흡을 되찾았을 때, 나는 24년 걸려 비로소 태어났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내가 준비해 온 시시한 질문이나 재일 한국인 문제나 역사교과서 문제보다도 드라마틱하고 충격적인 체험이었다"고 회고했다. 평소 두 자녀에게 "시베리아 횡단철도 티켓을 하나 선물로 사주고 싶었다"는 아버지의 참가 후기도 인상적이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여행을 하면서 자녀들의 성장을 느꼈다"면서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아들과 딸에게 역사의 의미를 말해주고 싶었다. 짧은 호흡으로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논리와는 다른 역사와 문명의 긴 호흡을 알려주고 싶었다...(중략)...아빠도 너희들에게 물려줄 이 사회를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너희도 남을 배려하면서 열심히 다른 세상을 이해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혼자만의 평화로움을 꿈꾸기보다는 세상의 아름다운 변화를 꿈꾸었으면 한다."

2006 피스&그린보트
 2006 피스&그린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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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해도 가로막지 않고 다그치지도 않는다"

물론 '혼자만의 평화로움'을 누리는 자유도 만끽할 수 있다. 작년 피스앤 그린보트에 동승한 송성수 <시민사회신문> 기자는 "무엇을 해도 가로막는 이 없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다그치는 이 없다"면서 선내 풍경을 이렇게 전한다.

"파도의 리듬을 탄 각종 프로그램들은 선내를 유희하고 있다. 영화 상영이 그렇고, 강연회가 또 그렇다. 아침에 댄스 테라피가 있는가 하면, 저녁엔 힙합 라이브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 꼭꼭 숨겨온 재능을 발휘해 초상화를 그려주는 노인이 있고, 그 옆엔 타로점으로 행운을 비는 젊은 여성도 있다."

이른바 '자주기획'이다. 참가자들은 각자 자유롭게 소규모 행사를 기획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서로 우정을 쌓을 수 있다. 물론 환경재단과 피스보트 측에서 준비한 선내 프로그램들도 매일 펼쳐진다. 참가자들은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에 "동그라미를 치고 하루 스케줄을 각자 자유롭게 잡으면" 그만이다.

2007 피스&그린보트 참가자들
 2007 피스&그린보트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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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 뻘 한국인에게 고개 숙인 일본 노인...국경은 없다

그렇게 하면서 사람들은 "각자 나름대로 평화의 법칙을 발견한다". 그리고 각자 나름대로 이를 실천에 옮기면서 서로 통(通)한다. 함께 웃고, 떠들고, 때로는 눈물도 흘린다. 언어 장벽도 그저 '다름' 중 하나일 뿐이다. 정희정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이 피스앤 그린보트에서 한 77세 일본 노인과 나눴던 우정을 잊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는 내게 명함을 전하고는 고개를 숙여 일본 정부 때문에 많은 한국인들이 고통을 당했다며 사과했다. 나는 잠시 당황스러웠지만, 그의 사과를 달갑게 받아들이기로 했다...(중략)...손녀뻘 되는 한국인에게 깍듯이 고개 숙여 사죄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 것이다. 일본어를 모르는 나, 한국어를 모르는 그였지만, 우리는 기항지에서의 일정 내내 동행하며 짧은 영어 실력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우정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단, '우정의 대화'에는 조건이 있다. 국적을 떼어놓고 배에 오르자는 것, 절대로 화내지 말자는 약속이야말로 국경이 보이지 않는 바다와 잘 어울리는 소통의 전제임에 틀림없다. 한일 일반 시민들이 함께 하는 역사 검증의 공간, 평화와 환경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다름'과의 어울림. 그래서 더욱 꿈같은 여행, 피스 앤 그린보트 네 번째 출항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크루즈 무료 탑승, '우리 가족 그린 특종' 공모
꿈같은 여행이라 그럴까. 피스 앤 그린보트 참가비는 4인실을 이용할 경우 1인당 150만원에서 190만원선에 이른다. 그래서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피스 앤 그린보트에 탈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매년 마련하고 있다.

올해는 먼저 '우리 가족 그린 특종' 공모를 통해 한 가족을 선정하여 피스 앤 그린보트에 무료 승선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한다. 물론 테마는 '가족'과 '환경'이다. 우리 가족의 유별난 환경 사랑 이야기도 좋고, 우리 가족 '고유의' 환경 사랑 노하우 공개도 환영한다.

평소 우리 가족이 환경 문제에 다소 무관심했다고 해도 상관없다. '좌충우돌 환경 사랑 실천 수기'나 '우리 가족 환경 일기'를 공개해도 무방하다. 두 눈 질끈 감고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으면서 일어난 가족의 변화를 소개하면 어떨까. 이쯤에서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관계자가 귀띔한 특별한 '힌트'도 소개한다.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도보로 출퇴근하겠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의 플러그를 뽑겠습니다. 냉방온도 1도 올리고, 난방 온도 1도 낮추겠습니다. 종이컵, 화장지, 나무젓가락 같은 일회용품 소비를 최소화하겠습니다.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과포장된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습니다."

이상은 친환경 가족 커뮤니티 에코 패밀리(www.ecofamily.kr)가 소개하는 생활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천들이다. "생활에서 배출되는 CO₂를 측정하고 CO₂배출을 줄이는 아이디어를 나누는 공동체"답게 에코 패밀리에는 '우리 가족 그린 특종' 응모에 이용할만한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매달 에너지 사용량과 교통수단 이동량을 입력하면 CO₂배출량이 계산돼 이를 매달 기록할 수 있는 탄소가계부, 가정에서 한 달간 사용한 에너지(전력, 도시가스, LPG, 등유)량을 입력하면 역시 CO₂배출량을 알려주는 탄소계산기 등이 그것이다. 한 달 전에 얼마였는데, 이만큼이나 줄었다는 '팩트'야말로 '우리 가족'의 의미 있는 '그린 특종'이 아닐까.

응모기간은 2008년 8월 18일(월)부터 9월 22일(월)까지. 응모 결과는 2008년 9월 29일(월)에 오마이뉴스 광장을 통해 공지한다. 응모 방법은 오마이뉴스 기사쓰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기사 하단 '덧붙이는 글'에 '우리 가족 그린 특종 응모글'이라고 쓰면 된다. 단, 다른 매체에 중복 송고한 기사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수상작에 대한 저작권은 <오마이뉴스>에 귀속된다.

그 외 피스앤 그린보트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greenboat.org), 오마이뉴스 기사쓰기 관련 궁금증은 도움말(http://www.ohmynews.com/help/srv/h_sub01.aspx?GB=101)을 참조하면 된다.

기사공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보려면? ☞ 오마이광장 공지글
참고하면 된다.


태그:#기후변화, #환경재단, #피스보트, #크루즈, #후지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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