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타트업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많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들은 완전히 새롭다기보다 기존에 있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크게 개선한 것이 많다. 더 편리하게, 더 싸게, 더 빠르게…. 아이디인큐라는 회사가 주력하고 있는 서비스도 그랬다.

오래 걸리고, 비싸고, 불편한 이 설문 조사 방식을 바꾸면 많은 이들에게 유익하지 않을까. 시행착오와 고민들을 거쳐 기존의 온·오프라인 설문 조사 방식을 개선하는 이 회사의 사업 모델이 만들어졌다. 이 일을 한 것은 20대 중반의 젊은 청년들이 세운 아이디인큐였다. 김동호 아이디인큐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연세대 산업공학과 06학번, 올해 만 스물넷의 청년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창업한 이 청년에게는 어떤 동기가 있었을까. 계기는 그가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호세대학에 있을 때 만들어졌다. 2008년 3학년이던 김동호 학생은 이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됐다.

여기서 그는 ‘아 창업이란 것을 이렇게 젊은 나이에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고 한다. 그가 교환학생이 된 것도 계기가 있었다. 그는 2006년 한국경제신문과 중소기업청이 공동 주최한 대학생 창업경진대회에 참여했는데 그때 미국 UCLA에 1주일 동안 기업가 정신에 대해 연수를 받고 오는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었다. 그 당시 관련 수업을 처음 듣고 나서 막연한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2008년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다시 가게 되면서 창업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설문 조사 ‘시간·비용’ 확 낮추다
과학영재학교 출신 3명이 뭉쳤다

김 대표에게는 두 명의 친구가 있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1회 졸업생인 김 대표와 동기 동창인 이성호·추승우가 그들이다. 이들 3총사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나중에 같이 뭘 좀 해보자고 얘기하곤 했지만 졸업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이성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진학한 뒤 공인회계사가 됐고 추승우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진학했다.

하지만 계속 서로를 챙기던 이들의 이야기는 2009년부터 조금씩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2009년 SK텔레콤이 주최하는 3개월짜리 신규 사업 공모전에 참가했다. 여기서 그는 이지만(현 블링크팩토리 사장) 씨와 한 팀이 돼 신규 사업 아이디어를 냈고 상도 받았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 있었던 세 팀에서 세 개의 회사가 실제로 탄생했다는 점이다. 당시 신현석 씨와 한 팀에 있던 정새봄 씨는 김 대표의 아이디인큐에 최근 합류했고 다른 팀에 있던 박희은 씨는 신현석 씨와 함께 작년에 이음소시어스라는 소셜 데이팅 업체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공모전 당시 병역 특례로 와이즈FN이라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인덱스 펀드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조사를 하던 중 설문 조사 비용이 너무 비싸고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10년 그래텍으로 옮겨 병역 특례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모바일로 전문 서적 중고 거래 사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옛 친구들을 불렀다.

아직 병역 특례 중이던 김 대표는 밖에 있고 이성호·추승우 두 사람이 올 2월 아이디어인큐베이터의 약자인 아이디인큐를 창업했다. 이들은 책 바코드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다양한 중고 서적 제품이 뜨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전문 서적을 좀 싸게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일을 하기 전에 아이디인큐는 업종을 바꾸게 된다.
설문 조사 ‘시간·비용’ 확 낮추다
설문 조사 ‘시간·비용’ 확 낮추다
모바일 시대 설문 조사 플랫폼 ‘오픈서베이’

김 대표의 머릿속에 지금의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설문 조사 방식이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비싸다는 생각이 환기된 것이다. 그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설문 조사 비용이 들어가고 한 달 이상의 기간이 걸리며 그러다 보니 자칫 꼭 필요한 시기를 놓치는 그런 설문 조사 방식이 스마트 모바일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병역 특례를 마치고 8월에 합류한 김 대표는 모바일 설문 조사 플랫폼 오픈서베이를 만드는 작업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아직 비공개 테스트 중이지만 오픈서베이에서는 24시간 안에 설문 패널 90%가 응답한다. 아주 간단한 데다 보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설문 조사에 참여하는 패널에게는 참여의 동기가 충분하다. 보상은 KT의 기프티쇼를 설문 참여 항목 수나 주제, 참여자의 경험치에 따라 차등화해 지급하는데 모바일에서 각종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설문도 스마트폰을 터치하면서 아주 쉽게 참여할 수 있어 부담감이 적다.

설문 조사를 의뢰하는 업체나 개인들도 설문 항목을 등록하고 결제하는데 10분이면 충분해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 이 내용을 아이디인큐에서 1시간 안에 검수하고 설문 조사를 돌리면 하루 안에 데이터가 나오는 방식이다. “설문 항목이 10개에서 15개 사이면 한 사람당 1000원씩 계산합니다.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하면 100만 원이면 충분하죠. 그런데 기존 설문 조사 업체에 의뢰하면 2500만 원까지 비용이 듭니다. 기간도 훨씬 오래 걸리고요.”

그러면 오픈서베이는 설문 조사 시장을 완전히 평정하려는 게 목적일까. 의외로 그렇지는 않다. “설문 조사에는 데이터 수집 분야와 데이터 분석 분야가 있습니다. 우리는 데이터 수집에 일단 주력할 겁니다. 데이터 분석에서 기술을 개발하려면 오랜 시간도 필요하고 관련 노하우도 많이 필요합니다. 우선은 데이터 수집에서 최고, 즉 데이터 수집 끝판왕이 되겠습니다. 하하.”

오픈서베이는 아이폰 버전 개발이 완료됐고 현재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12월 중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안드로이드 버전은 내년 초에 출시될 예정이다. 우선 패널 5만 명을 모으고 내년에 안드로이드 버전으로도 패널 5만 명을 모아 10만 명 수준이 되면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처음 2000만 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던 이 회사는 신현성·권기현 티켓몬스터 창업자의 투자를 받아 자본금이 늘었다. 내년 초 한 차례 더 투자 펀딩을 진행할 예정이다. 비용이든 기간이든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설문 조사가 대중화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대기업들이나 이용하는 것처럼 인식돼 있는 설문 조사를 벤처기업들도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시장이 크게 확장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돈만 보고 뛰어드는 것은 벤처 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설문 조사 시장은 분명 있지만 아주 뜨거운 시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 필요한 분야고 개선할 여지가 많은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는 미개척의 이 영역에서 최고가 되려고 합니다.”



김동호 아이디인큐 대표


임원기 한국경제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