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저축은행들, 대부분 고위험 투자·친인척 경영으로 ‘부실’

이윤주·박병률·김지환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저축은행의 발목을 잡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8일 “별도의 추가 대출이나 조치가 없었음에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 부실로 바뀐 사업장이 적지 않았다”며 “중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1~2개 사업장만 부실로 바뀌어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급락하고 자본건전성이 크게 훼손된다”고 말했다.

피해는 수도권에 사는 중산층에 집중됐다. 상반기 때와 달리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대부분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소재지를 두고 있는 대형사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경영진단이 깐깐하게 이뤄지면서 숨어 있던 부실 PF가 발견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ㄱ저축은행은 모 사업장 대출에 대해 일반대출로 분류했지만 공동으로 대출했던 ㄴ저축은행이 PF대출로 분류해놓은 것이 적발됐다.

직접 검사에 나섰던 한 관계자는 “3~4년 후 검찰조사를 받을 각오로 검사하라는 지시를 받은 만큼 숨겨진 부실을 끝까지 추적했다”고 말했다.

1968년 설립돼 업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제일저축은행은 2001년에 저축은행 랭킹 1위였으나 이후 개인신용대출과 PF 대출 부실이 심화되면서 ‘영업정지’라는 철퇴를 맞았다.

토마토저축은행은 무리한 공격 경영이 발목을 잡았다. 서민대출보다는 유가증권 등 위험이 높은 투자에 집중하면서 부실이 커졌다.

또 애플투자증권 인수, 토마토2저축은행 인수 등 계열사를 늘리는 과정에서 유동성 부족이 심각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토마토저축은행은 애플투자증권과 신보종합투자 주식, 테헤란로 빌딩 등을 처분해 자기자본을 늘리겠다는 자구계획을 제출했지만 경영평가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금융위원회 김주현 사무처장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은 경영평가위원회에서 자구계획의 실현 가능성이나 내용의 충실성을 판단했을 때 단기간 내에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은행들”이라고 밝혔다.

가족과 친·인척이 대주주로 경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공통점이다.

제일저축은행은 유동천 회장과 그 아들, 친·인척 등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46.41%의 지분을 소유한 가족회사다. 지난 5월 은행 임원의 부당대출 관련 보도가 나온 뒤 4영업일 동안 630억원이 빠져나가 유동성 위기를 겪기도 했다. 토마토저축은행 역시 신현규 회장 등 친·인척이 지분의 35%를 소유한 사실상의 가족기업이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본점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상반기에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이 대부분 지방에 근거지를 둔 것과 다른 점이다. 파랑새저축은행이 유일하게 부산지역 은행으로 포함됐다. 제일, 제일2, 프라임, 대영은 서울에 근거지를 뒀고 토마토는 경기, 에이스는 인천 등이다. 토마토저축은행의 경우 성남에 본점을 두고 일산·분당·수원·평택·송도·평촌 등 수도권 주요 도시에 지점을 낸 대형사다.

영업정지 저축은행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5000만원 이상 예금자 및 후순위채 매입자 등 3만3337명(법인 포함)에 이르는 피해 고객 대부분도 이들 지역 거주자로 보인다.

피해 규모는 3792억원에 이른다. 5000만원 초과 예금 규모와 후순위채 매입액을 합한 금액이다.

개인별로는 5000만원 초과 예금자의 경우 1인당 평균 561만원을 보장받지 못하게 됐다. 후순위채 피해는 더 커 1인당 평균 2776만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경영진단 과정에서 진행된 엄정한 검사와 높은 평가기준은 단기적으로 저축은행 경영에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축은행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제거됨에 따라 저축은행 발전과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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