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반환절차 개시…軍 "실제 반환까지 상당기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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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30. 오후 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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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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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계획 수립→환경조사·협의→오염발견시 정화활동 등 거쳐야

원주·부평·동두천 등 4개 기지 조기반환…지자체 민원 등 감안

방위비분담금·지소미아 압박 '역공' 관측도…정부 "美측에 사전통보"

용산기지 내부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정부가 30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반환 절차를 올해 안에 시작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용산기지가 언제 반환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해 용산기지 반환 절차를 올해 안에 시작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이런 결정에 따라 용산기지 반환을 위한 한미 협의에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용산기지에는 한미연합사령부 본부와 드래곤 힐 호텔만 남아 있다. 이 호텔은 미군과 한국으로 출장 온 미 행정부 인사들의 숙소로 이용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와 미 8군사령부가 이미 용산기지를 떠나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보금자리를 새로 마련했지만, 한미는 아직 반환 절차 협의는 시작하지 않았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작년 6월 평택기지로 옮겨가 신청사에 입주했으며, 8군사령부는 2017년 7월에 평택으로 옮겼다. 한미연합군사령부 본부도 조만간 평택기지로 이전한다.

한미는 지난 6월 3일 용산기지에 있는 연합사 본부의 평택 이전계획을 발표하면서 실무적인 사항은 한미 공동실무단을 운영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미측은 용산기지 내 서울 아메리칸 초·중·고등학교를 2018~2019년 과정을 마지막으로 폐교하기로 했고, 기지내 병원은 일찌감치 평택으로 이전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 후속 조치로 미측과 용산기지 반환 절차에 착수하더라도 실제 반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애초 정부는 2019년부터 용산기지 일대 토양 정화작업을 시작하고, 2022년부터 본격적인 공원 조성에 들어가 2027년까지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환경오염 치유비 등에 대한 견해차로 실제 반환 협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정부의 이런 '스케줄'은 더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해 내 용산기지 반환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절차를 개시한다고 하더라도 이후 반환계획 수립, 환경조사 및 환경협의, 오염 발견 시 정화 활동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절차를 고려하면 용산기지 반환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의 오늘 용산기지 반환 절차 개시 발표는 기술적으로 한미가 용산기지의 SOFA상 반환 절차에 따라 협의를 시작하기로 상호 합의한 것을 의미한다"면서 "용산공원 조성의 역사적 상징성 및 사회·경제적 이익 등을 고려할 때 조기 착수가 필요해 첫 번째 절차로서 SOFA상 반환 절차를 개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이날 원주·부평·동두천 지역의 4개 미군기지에 대해서도 최대한 조기 반환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4개 기지는 캠프 롱, 캠프 이글, 캠프 마켓, 캠프 호비사격장 등이다.

원주 캠프 롱[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미는 이들 기지에 대해 2013년 SOFA상 공유부지 반환 절차 협의 개시를 과제로 채택하고서도 협의를 미뤄왔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막대한 환경오염 치유비를 어느 쪽에서 부담하느냐를 놓고 의견이 맞서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 기지 부지를 지방자치단체에 매각해 용산기지 이전 비용으로 충당하려고 했지만, 반환 협의가 시작되지 않고 지체됐다.

특히 이들 부지는 도심 노른자 지역에 위치해 계속 땅값이 상승하면서 해당 지자체들의 매입 예산을 초과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해당 지자체는 국방부 측에 민원을 제기하며 대책을 조기에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해왔다.

정부는 일단 주한미군 측과 이들 4개 부지 반환 절차를 시작하면서 환경오염 기지는 일단 치유비용을 부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환경오염 치유비용을 상계한다는 복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측은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압박하면서 환경오염 치유비, 주한미군 무기 감가상각비 등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어서 추후 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날 갑자기 '미군기지 반환 절차 개시'를 발표한 것에 대해 미국을 역으로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미국 측에 역으로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소미아에 대해 일방적으로 일본을 두둔하며, (한일갈등을) 미국의 안보 문제로까지 확대시킨 한국을 향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미국을 향해 고도의 심리전을 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방위비 분담 협상과 관련해 우리 측이 미군을 위해 간접적으로도 얼마나 많은 것을 양보했고, 이로 인해 우리 국민이 겪는 불편과 손해 역시 엄청난 비용이자 '방위비 분담'임을 말하고자 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미측에는 NSC 상임위 결정 사항을 사전에 통보했다"면서 "어떤 정무적 의미가 담긴 것이 아니라 기존에 추진하던 것에 대한 착수"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특별히 현 상황과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해당 지자체 개발 계획 차질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서 최대한 조기 반환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80개 주한미군 기지 가운데 54개를 이미 반환했다. 남은 26개 기지 중 19개는 반환 절차 개시를 협의 중이며, 7개는 반환 절차 개시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미 국방장관회담[연합뉴스 자료사진]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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