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태풍에 옹진군 농가 한숨
군 “작물·시설물 훼손 51건 접수”
수확철 앞둔 상황 추가피해 걱정
▲ 3일 낮 12시 인천 옹진군 덕적면 서포2리의 논에서 물이 빠지면서 잠겨 있던 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사진제공=독자

 

▲ 3일 오전 7시 인천 옹진군 덕적면 서포2리의 논이 이틀간 쏟아진 폭우로 물에 잠겼다. /사진제공=독자

 

“올 봄부터 열심히 키웠던 벼들이 하루 사이 물에 잠겨버렸네요.”

3일 오전 인천 옹진군 덕적면 서포2리. 이틀간 내린 폭우로 10ha(헥타르, 1㏊=0.01㎢) 규모의 논이 물에 잠겼다. 황금 벼들이 수놓여 있어야 할 논은 흙탕물로 채워졌다. 수년 동안 이곳에서 벼농사를 하고 있는 김모(78)씨는 침수된 논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지난밤 비가 많이 오길래 아침 일찍 논을 둘러보러 나갔는데 물바다가 된 것을 보고 놀랐다”며 “오늘 하루 종일 물을 빼도 다 안 빠질 것 같다. 얼른 물이 빠져야 벼의 이삭이 익을 텐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연이은 태풍 북상으로 인천 섬 지역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만 간다. 연중 농가 매출이 집중된 수확 철을 앞둔 상황이라 농가의 걱정은 더욱 커진 상태다.

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접수된 피해 농가는 51곳이다. 피해 내용은 농작물과 농업 관련 시설물 훼손이다.

이날 물에 잠긴 서포2리 논은 20여 농가가 함께 농사를 짓는 곳이다. 농가들은 그동안 키워왔던 벼들이 순식간에 물에 잠기면서 허탈해하고 있다.

서포2리의 경우 당초 논에 물이 고이면 바다로 연결된 수문이 열려 논에 물이 차지 않도록 하는데 하필 이번엔 만조 때와 겹쳐 수문이 열리지 않은 탓에 물이 차올랐다고 구는 설명했다.

아울러 연일 계속된 비바람으로 과수농가들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포도 등 과실이 익을 시기가 됐지만 해를 보지 못하면서 덜 익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영흥면에서 포도농사를 하는 이모(65)씨는 “추석이 코앞인데 연달아 태풍을 맞아서 그저 한숨 밖에 안 나온다”며 “포도가 덜 익어서 수확할 수도 없는데 또다시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근심만 쌓여간다”고 말했다.

군은 농가 피해를 접수한 뒤 조사를 거쳐 농업재해대책법에 따라 복구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현재 태풍으로 인한 농가 피해 접수를 하고 있다”며 “농가 피해 상황을 조사한 뒤 관련법에 따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